4차 핵실험 이후 "북한 생존할 수 없다" 고강도 경고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북한 김정은 정권을 겨냥한 고강도 메시지를 내놓는 등 갈수록 대북 발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을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북한의 주요 인사들까지 탈북과 외국으로의 망명이 이어지는 등 심각한 균열 조짐을 보이면서 체제 동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태영호 주영국 북한대사관 공사의 망명,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 계기 북한의 군사적 도발 위협 등을 두루 고려해 북한에 던진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였다.

박 대통령의 대북발언 수위가 강해진 계기는 연초 북한의 4차 핵실험이다.

박 대통령은 핵실험 전날인 1월5일 국무회의까지만 해도 "한반도 평화통일 기반 구축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북한도 8·25 합의 이행 의지를 밝히고 있는 만큼, 이산가족 문제 해결 등 남북관계 정상화에 힘써주길 바란다"며 기대감을 보였다.

그러나 다음날 핵실험 직후 박 대통령은 NSC를 주재하고 "(핵실험이) 동북아의 안보 지형을 뒤흔들고 북한 핵문제의 성격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대북 정책의 변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같은 달 22일에는 외교부, 국방부, 통일부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결국 중요한 것은 북한이 변화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6자회담을 열더라도 북한 비핵화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면 실효성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며 6자회담 무용론을 처음 제기했다.

2월4일 김성우 홍보수석을 통해 발표한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예고에 대한 대국민 성명'은 북한의 생존 여부를 최초로 경고한 메시지로 주목을 받았다.

박 대통령은 북한 미사일 발사 예고에 대해 "앞으로도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국제사회를 향한 협박을 계속하겠다는 뜻"이라며 "이런 북한의 오판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강력한 유엔 제재를 통해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을 국제사회가 깨닫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2월16일 국회 국정연설에선 "지금부터 정부는 북한 정권이 핵개발로는 생존할 수 없으며, 오히려 체제 붕괴를 재촉할 뿐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고 스스로 변화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보다 강력하고 실효적인 조치들을 취해나갈 것"이라며 '체제 붕괴'까지 거론했다.

박 대통령은 이 연설에서 "과거처럼 북한의 도발에 굴복해 퍼주기식 지원을 하는 일도 더 이상 해서는 안될 일"이라며 과거 대북정책과의 단절을 분명히 했다.

또한, 3월3일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박 대통령은 "정부는 북한 정권이 무모한 핵개발을 포기하고, 북녘 동포들의 자유와 인권을 억압하는 폭정을 중지하도록 전 세계와 협력하여 노력해 나갈 것"이라며 '폭정'이라는 표현을 처음 사용하기도 했다.

다음날 열린 '2016년 장교 합동임관식'에서는 "북한 정권은 핵무기가 체제를 보장한다는 그릇된 망상을 버리고 하루속히 진정한 변화의 길로 나오도록 다시 한 번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후 박 대통령은 '자멸'이라는 단어를 동원하는 등 북한에 대한 압박수위를 더욱 높였다.

박 대통령은 3월15일 국무회의에서 "북한이 무리한 도발과 국제사회에 대한 강한 대립을 계속하면서 변화의 길로 나서지 않는다면 그것은 스스로 자멸의 길을 걷는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무모한 도발 끝에는 완전한 고립과 자멸이 기다리고 있다"(6월22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해외 자문위원들과의 통일대화),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진정한 변화의 길로 나오도록 만들어갈 것"(6월13일 국회 개원연설), "북한이 핵을 내려놓지 않고서는 체제를 유지할 수 없다"(6월24일 참전 유공자 위로연)라며 이 같은 입장을 재확인했다.

박 대통령은 또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식에서 "북한 당국의 간부들과 모든 북한 주민 여러분, 통일은 여러분 모두가 차별과 불이익 없이 동등하게 대우받고 각자의 역량을 마음껏 펼치며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북한 정권과 간부·주민을 분리하는 대북 전략을 구체화했다.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강병철 기자 firstcirc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