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정권핵심 관련 이슈엔 경직…더민주는 3당 합의 파기
국민의당 '캐스팅보트' 긍정 평가속 "실리만 챙겨" 비판도
3당 모두 정치력 빈곤 드러내…국민 비판속 막판 협상 가속페달

여야가 추가경정예산안 처리와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청문회를 연계해 양보없는 신경전을 이어가면서 원내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애초 여야 3당은 22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추경안을 처리하기로 하고 공식 합의문까지 발표했지만, 이 같은 합의는 잉크도 마르기 전에 휴짓조각으로 전락했다.

추경안 처리와 구조조정 청문회의 형식, 증인 채택 문제가 정치적으로 연계돼 다뤄진 데 따른 결과다.

제20대 국회 출범과 함께 민생을 위한 협치를 앞다퉈 강조했던 여야 3당이 기존에 합의했던 추경안조차 약속한 날짜에 처리하지 못함에 따라 얼마 남지 않은 20대 첫 정기국회도 민생은 뒷전으로 밀린 채 정쟁으로 얼룩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청문회를 기획재정위원회와 정무위에서 나눠 실시한다는 3당 간 합의를 뒤집고 '연석 청문회' 개최를 주장하는 동시에 여권 실세인 최경환 의원(전 경제부총리),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홍기택 전 산업은행장의 증인 출석을 요구하면서 이를 추경안 처리와 직접 연계했다.

이와 관련해 3당 합의의 본질적 내용과 관련이 없는 이슈를 들고나와 추경안 통과를 지연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러나 집권 여당이자 원내 제1당으로서 꼬인 정국을 풀어가야 할 새누리당 역시 추경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정권 핵심부와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는 타협을 거부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제3당인 국민의당은 쟁점 증인 채택은 추후 협의하고 추경 심의부터 조속히 정상화하자는 '중재안'을 던져놓았다.

이는 '캐스팅 보트'로서 중재 노력을 한다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민감한 현안에서 선명한 당론 없이 실리만 챙기려 한다는 비판을 동시에 받는다.

이처럼 여야 3당이 일제히 정치력의 빈곤을 드러내면서 '3당 구조'가 협치의 시발점이 될 것이란 기대와 달리 오히려 여야 양당 구조보다도 생산력이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고개를 들고 있다.

다만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이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여야 3당도 결국 이달 31일까지인 8월 임시국회 회기 내에는 극적으로 접점을 찾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여야 3당 원내 수석부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회동해 26일께 본회의를 열어 추경안을 처리하는 방안을 놓고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대신 '핵심 증인 3인방'으로 더민주가 요구해온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홍기택 전 산업은행장 가운데 일부만 출석하고 두 야당이 요구하는 기재·정무위 연석회의 형태의 청문회를 여는 절충안이다.

국민의당 김관영 원내 수석부대표는 이날 PBC 라디오에 출연해 최경환 전 부총리를 증인에서 제외하는 방안에 대해 "제대로 답변할 수 있는 사람들이 확보될 수 있다면 협상이 가능하다"면서 "더민주도 유연성을 가져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