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조찬강연 "정치 지도자 의지 없으면 경제민주화 불가"
"정권 교체되면 대기업 중심 경제운영 패턴 돌려야"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는 22일 "경제민주화를 하려는 제도적 장치가 아무리 완벽하게 만들어져도 이를 실천하려는 정치지도자의 의지와 신념이 없으면 경제민주화는 이뤄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특히 경제민주화의 핵심으로 소득양극화 해소를 꼽고 부자들의 탐욕을 제어하기 위한 제도적 압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경제민주화가 경제활성화다'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이같이 밝히고 "경제민주화를 말만 하지 말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흔히들 시장에 맡겨 놓으면 잘될 텐데 왜 정부가 이래저래 간섭하느냐고 얘기한다"며 "하지만 시장이 모든 걸 해결하는 만능이 아니다.

정치적 민주주의를 위해 헌법상 여러가지 기능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시장이 제대로 된 공정한 대응을 발휘하려면 제도적 틀이 짜이지 않으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사회 전반의 조화를 이루기 위해 없어선 안 되는 게 사실 정치"라며 "그래서 정치지도자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압축성장 과정에서 우리 경제사회구조가 엄청나게 왜곡됐다는 사실을 누구도 부정하지 못한다"며 "지나치게 빈부 격차가 심화하고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과정이 어느 정도 완화하지 않고 한국이 지속해서 발전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를 저 나름대로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지금 자본주의는 위기다.

과거와 같은 성장 패턴으로는 도저히 사회안정을 가져올 수 없고, 사회안정이 되지 않으면 절대로 경제효율과 경제활성화를 이룰 수 없다"며 "여기서 가장 역점을 두는 것은 경제세력의 지나친 이기주의적 발상을 어떻게 하면 제어하느냐이다"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특히 "우리나라의 부를 많이 가진 분들은 예외적인 대접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탐욕이라는 것을 스스로 제어 못 하는 것 같다"며 "미국에서 정부가 제도적 장치로 사람의 행태를 변화시킨 것과 마찬가지로 탐욕을 제어하려면 일정한 제도적 압박을 가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그러면서 "누구든 예외를 인정받아서 '나는 다른 사람이다'라는 독자적 풍토를 절대 용납해선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 대표는 "공정한 질서를 확립하고 어떤 세력도 지나치게 자기주장대로 경제나 국가를 끌어가려는 것을 막자는 게 경제민주화"라며 "시장은 더욱더 공정하게 움직이고 독과점 체제가 시장을 지배하는 것을 방지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경제민주화를 통해 안정적인 자본주의를 누린 사례로 독일과 미국 사례를 들었다.

그는 "독일 비스마르크 재상은 자본주의를 구하고 자유주의를 지키기 위해 모두 조금씩 자유를 억제하고 양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며 "그것이 전통이 돼 독일사회가 사회적으로 조화를 이루며 경제효율을 지탱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루스벨트 대통령도 미국의 경제사회 구조를 변형시켜야겠다는 철두철미한 신념으로 록펠러의 독점체제를 무너뜨리기 시작했다"며 "그래서 미국 재계가 독과점 상황에서 모은 재산이 전부 대학이나 재단을 만드는 데로 갔다"고 언급했다.

김 대표는 "우리 경제에 창의력이 부족하다고 하는데, 수직적인 스타일이 기업의 풍토"라며 "사람이 각기 다른 능력을 갖추고 태어난 이상 경제에 어느 정도 집중이 이뤄지는 건 자연적인 현상으로 그 자체를 억누르면 효율이 나오지 않으니 그 자체는 인정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어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전국직능대표자회의 더불어직능인대회 축사에서 "대기업의 사내유보금은 증대하는데 소상공인 쪽은 빈사상태에 놓여있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정권교체가 이뤄지면 70년 가까이 대기업 위주로 운영되던 경제운영의 패턴을 돌려야 한다"며 "각종 직능을 가진 분들이 기량을 충실히 발휘해 경제에 이바지하고 사회 조화를 이룰 역할을 담당하도록 하는 경제운영 지침을 내놓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lis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