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지는 대선시계, 대권 잠룡들이 움직인다
여야 차기 대선 주자들이 ‘싱크탱크’를 준비하는 등 진용 구축에 시동을 걸었다.

싱크탱크는 대선 핵심 요소인 조직, 인물, 자금 마련 등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고 정책을 개발하는 등 전진기지 역할을 수행한다. 박근혜 대통령도 대선을 2년여 앞둔 2010년 12월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을 설립해 대선 공약과 조직을 정비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 16일 자신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사원 총회에 참석해 자신의 멘토그룹으로 2기 임원진을 구성했다. 안 전 대표는 후원회장인 최상용 고려대 명예교수를 이사장으로 임명했다. 안 전 대표는 “2기부터는 기존의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해서 실제적인 결과물을 낼 수 있는 체제로 시작할 것”이라며 대선캠프 구축을 알렸다.

정계 복귀가 임박한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도 자신의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을 재정비하고 있다. 재단은 지난 9일 김종희 전 더민주 경기 용인정 지역위원장을 신임 사무총장에 임명했다. 재단 내 업무를 총괄하는 사무총장에 국민의당 인사를 배치한 것은 손 전 고문이 더민주와 국민의당 모두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이다.

더민주 소속인 박원순 서울시장은 내달께 정책자문 역할과 싱크탱크를 겸한 전국 외곽조직인 ‘희망새물결’(가칭)을 출범하는 등 조직 구축에 나선다. 오성규 전 서울시설관리공단 이사장과 서왕진 전 서울시 정책특보, 김민영 전 참여연대 사무처장 등 박 시장 측근들이 주축을 이룰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시장은 지난 12일엔 광주에서 첫 공식 팬클럽을 출범하는 등 지방자치단체장 가운데 대선을 겨냥한 외곽조직 구축에 가장 적극적인 모습이다.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는 싱크탱크 구성 계획을 갖고 있지 않지만, 8·27 전당대회 이후 당내 친문(친문재인)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조직할 가능성이 높다.

문 전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전대 전까지는 (문 전 대표가) 중앙정치와 거리를 두고 그 이후에 (싱크탱크 발족을 위해) 움직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4년 전 대선 당시 문 전 대표의 싱크탱크 역할을 한 ‘담쟁이포럼’과 비슷한 형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더민주 관계자는 “전대 이후 차기 대권 잠룡들의 행보가 더욱 빨라지면서 싱크탱크 및 캠프 조직 경쟁도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 주자 가운데선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대선 주자로서의 존재감을 부각하고 있다. 김 전 대표는 지난 1일부터 ‘세월호 참사’ 현장인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시작해 전국을 돌며 20일 동안 민생탐방을 했다. 22일부터는 민생탐방을 잠시 중단하고 2박3일 동안 중국을 방문해 북·중 접경 지역에서 통일 행보를 이어간다.

여권 내 또 다른 대선 주자인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다음달부터 전국을 권역별로 순회하며 대학에서 ‘시대정신’ 등을 주제로 강연에 나설 계획이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최근 사무실 이름을 ‘共·生(공·생)연구소’라 짓고 대선을 위한 ‘내공 쌓기’에 열중하고 있다. 그는 4차산업 발전 방안과 양극화 해소 문제 등을 집중 연구하고 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