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우 홍보수석이 19일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한 언론사에 감찰 내용을 유출했다는 의혹 보도와 관련해 청와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성우 홍보수석이 19일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한 언론사에 감찰 내용을 유출했다는 의혹 보도와 관련해 청와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가 19일 우병우 민정수석을 검찰에 수사 의뢰한 이석수 특별감찰관을 정면 비판했다. 전날 밤까지 침묵을 지킨 청와대는 이날 오전 김성우 홍보수석의 발표를 통해 “이 감찰관이 감찰 내용을 언론에 유출해 법을 위반했다”며 역공에 나섰다. 야권뿐 아니라 여당 내에서도 우 수석 사퇴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청와대의 우병우 감싸기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靑 “법 위반한 특별감찰관 수사해야”

김 수석은 “특별감찰관과 파견공무원은 감찰 착수 및 종료 사실, 감찰 내용을 공표하거나 누설해서는 안 된다”며 “이 조항을 위반한 사람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5년 이하 자격 정지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다”고 말했다. 김 수석은 ‘묵과할 수 없는 문제’ ‘국기를 흔드는 일’ ‘배후에 어떤 의도가 숨겨져 있는지 밝혀야 한다’ 등 강한 어조로 이 감찰관을 성토했다. 사실상 이 감찰관에 대한 고강도 수사를 주문했다.

MBC 보도 등에 따르면 이 감찰관은 모 언론사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금 보고 있는 것은 아들 운전병 인사와 정강(우 수석 가족 회사)이다. 지금 이게 감찰 대상이 되느냐는 식인데 (우 수석이) 버틸 수도 있다. 계속 그런 식이면 우리도 수를 내야지. 우리야 그냥 검찰에 넘기면 되지”라고 말했다. 이 감찰관은 우 수석 아들의 의경 배치 의혹 논란과 정강의 회삿돈 유용 의혹 등에 대해 각각 직권남용과 횡령 혐의로 검찰에 수사의뢰서를 보냈다.

◆청와대 강경 대응 나선 배경

이 감찰관이 전날 우 수석을 검찰에 수사 의뢰할 때만 해도 청와대가 사태 추이를 보면서 대응 수위를 정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또 시차를 두고 우 수석이 스스로 거취 표명을 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많았다.

청와대가 이런 예상과 달리 강경 대응에 나선 것은 언론 보도로 촉발된 우 수석에 대한 각종 의혹 제기와 이 감찰관의 감찰 내용 유출이 ‘대통령 흔들기’라는 인식이 깔렸다는 게 청와대 참모들의 설명이다. 이 감찰관이 특정 언론과 의견을 교환하고 감찰 방향까지 밝힌 뒤 그대로 실행한 것은 ‘정치적 음모’라고 보는 기류가 강하다. 한 참모는 “특별감찰관의 행태를 보면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원칙적이고 강경한 대응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이날 입장 발표에서도 우 수석 거취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의혹 수준으로 사퇴하면 또 다른 의혹 제기를 하는 행태가 계속될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가 문제의 핵심인 우 수석 비리 여부에 대해선 입을 다물고 곁가지인 감찰 내용 유출을 문제 삼아 특별감찰관을 역공한 것은 민심과 동떨어져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여야 일제히 “우 수석 사퇴해야”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민정수석 신분을 갖고 어떻게 검찰에 가서 조사를 받겠느냐”며 “대다수 여당 의원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정현 대표도 “진상을 규명해 문제가 나왔다면 1초라도 기다릴 수 있겠느냐”며 “당연히 의법조치해야 하고, 그 자리에서 당장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야권은 우 수석에 대한 수사가 부실할 경우 특별검사를 추진하겠다며 청와대를 압박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민정수석이 현직을 유지하는 동안 과연 온전한 수사가 이뤄질 수 있는지 국민 상식에 맞는 결정을 해 달라”고 말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청와대가) 우병우 구하기를 계속하고 특별감찰관을 압박해서는 안 된다”며 “우 수석에 대한 검찰 수사가 미진하면 특검을 추진하는 방안을 더민주와 협의했다”고 밝혔다.

장진모/박종필/김기만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