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소식통 "당비서라면 대사관 전체 운영 책임자"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근무하다 한국으로 귀순한 태영호(55) 공사가 주영 북한대사관 운영 전체를 책임지는 당비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주일 국제탈북민연대 사무총장은 주영 북한대사관에서 현학봉 대사는 '상징적'인 지위이고 대사관 운영 전체를 책임지는 '세포 당비서'는 대사관 서열 2위인 태 공사가 겸직했다고 말했다.

태 공사가 주영 북한대사관을 관장하는 당조직 책임자로서 외교관들과 그 가족들까지 정치적으로 책임지는 자리에 있었다고 김 사무총장은 설명했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주영 북한대사관에는 현학봉 대사와 태영호 공사 이외 런던에 본부를 둔 유엔 전문기구인 국제해사기구(IMO)를 담당하는 참사관과 서기관 등이 영국 외무부 외교관 명부에 등록돼 있다.

이 소식통은 "태 공사가 외무성 출신으로 오랫동안 외교관으로서 대외 활동을 해온 점에 비춰보면 당비서가 아닐 수 있지만 현재 외교관 명부상으로 보면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보위부 등 북한 외무성이 아닌 다른 기관에서 파견된 이들도 외교관으로 등록을 한다고 덧붙였다.

가족과 함께 한국으로 귀순한 태 공사는 항일 빨치산 1세대이자 김일성의 전령병으로 활동한, 태병렬 인민군 대장의 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무총장은 보름 전 태 공사의 탈북 소문을 들은 이후 주영 북한대사관이 외부인 방문을 중단한 상태라고 전했다.

그는 "외국인이 북한을 방문하려면 북한대사관에 우선 신고를 해야 하는데 외국인 방문을 받고 있지 않다"면서 "영국 내 친북 단체 인사들의 방문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외교 소식통은 태 공사의 귀순 소식이 전해진 이후 영국 정부 측과 주영 북한대사관 사이의 접촉은 없었던 것으로 짐작했다.

이 소식통은 "태 공사 탈북 이후 남은 외교관 가족들이 평양에서 지시가 올 때까지 극도의 상호 감시 아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 사무총장은 현 대사와 태 공사, 1등 서기관, 2등 서기관 등 네 가족이 런던 서부 일링에 있는 북한대사관에 함께 살고 있었다고 말했다.

김 사무총장은 태 공사의 업무 가운데 하나가 자신을 포함해 영국에 있는 탈북민들을 감시하고 이들이 북한 인권실태를 고발하고 김정은 정권을 규탄하는 활동을 방해하는 것이었다면서 태 공사가 탈북자를 감시하다가 이제 탈북민이 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