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오른쪽)가 18일 국회에서 ‘경제민주화가 경제활성화’를 주제로 특강을 했다. 특강에는 더민주 
소속 의원과 당직자, 일반인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오른쪽)가 18일 국회에서 ‘경제민주화가 경제활성화’를 주제로 특강을 했다. 특강에는 더민주 소속 의원과 당직자, 일반인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18일 “법인세를 많이 거두자는 주장이 있지만, 법인세는 많이 걷히지 않는 세금”이라며 “법인세 인상도 최종적으로는 소비자에게 전가된다는 것이 조세 이론”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한 경제민주화 특강에서 “세금으로 재분배를 어느 정도 할 수 있지만 일차원적일 뿐”이라며 “잘못된 분배구조 시정은 세금으로 이뤄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법인세 인상으로 소득 양극화를 해소하는 데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법인세를 내려줬더니 기업 유보금만 쌓이고 투자를 안 한다”고 비판한 뒤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재벌 오너 일가를 견제하는 것이 경제민주화의 출발점이라는 소신을 밝혔다.

김 대표는 “경제민주화의 가장 초보적인 단계로 시작한 것이 (자신이 대표발의한) 상법 개정안”이라며 “기업의 지배구조 자체를 조정하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조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벌이 골목상권에서 카페나 빵가게를 여는 것은 탐욕이 아니냐”며 “시장경제에서 자본주의가 안정되려면 소규모 자본으로 자신의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이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막연하게 시장에 맡기면 독과점이 생겨 경제적 비효율이 발생하고 사회적 혼란을 초래한다”며 정부와 국회의 적극적인 개입을 주문했다. 그는 특히 “경제민주화와 경제활성화는 함께해야 하는 것이지 배치되는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의 정책을 경제민주화의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김 대표는 “루스벨트가 대통령으로 취임한 뒤 독과점과 관련해 록펠러와 JP모간 등 굴지의 재벌을 해체했다”며 “루스벨트의 개혁 과정은 50~60년 걸렸지만 이를 통해 미국의 기본적인 경제구조가 변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경제민주화라는 표현만 쓰지 않았을 뿐이지 결국은 독과점과 거대경제 세력에 대한 규제를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미국의 사례를 들어 소득 주도 성장을 역설했다. 김 대표는 “미국 사회는 1980년대 이후 약 30년간 근로자의 실질임금이 단 1%도 오르지 않았다”며 “저축하지 않고 은행에서 빚을 내 그동안 미국 경제가 버텼다”고 지적했다. 이어 “1% 대 99%(월가 시위 때 등장한 것으로 최고 부자 1%에 저항하는 미국인 99%라는 의미)의 구조가 돼 미국 사회가 지속적인 안정을 유지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한국의 큰 문제는 남의 나라 문제를 잘못 해석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