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주 중반 朴대통령에 본예산 보고해야"…투트랙 예산 편성
與 "추석전 집행 안되면 하나마나"…野 "늑장 제출해놓고 배짱부려"


정부와 새누리당이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불발에 대비한 '플랜B'를 마련 중이다.

정부가 다음 주 중반 대통령 보고를 마치고 내년 본예산을 확정지으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추경이 여야 합의대로 22일 처리되지 않을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18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추경에 들어간 항목을 본예산에 반영하는 '긴급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며 "추경이 안 되는 경우도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번 추경 규모는 11조원이다.

내년 본예산 규모가 400조원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추경 통과 여부에 따라 약 2.8%의 수치 변동이 불가피하다.

본예산 제출 기한은 올해부터 회계연도 개시 120일 전으로 앞당겨져 내달 2일까지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당 간사인 주광덕 의원은 "다음 주 수요일까지는 기획재정부가 본예산을 확정하고, 청와대 보고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며 "본예산을 편성할 때까지 추경을 마치지 않으면 사업 변경이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도 "다음 주 중 본예산을 확정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할 예정"이라며 "현재로선 추경 편성의 가부(可否)를 모두 상정해 '투트랙'으로 예산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여당은 애초 지난 12일을 추경 통과 시한으로 잡고 야당과 잠정 합의했으나 19일로 처리시한을 한 차례 늦춘 데 이어 다시 여야 협상을 거쳐 22일로 '마지노선'을 잡았다.

정부는 조선·해운 구조조정 청문회의 증인채택 문제로 22일 처리마저 무산될 경우 차라리 '추경 포기'를 선언하는 게 낫다는 입장을 전날 새누리당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틀째 파행 중인 예결위의 종합정책질의가 오는 19일에는 재개돼야 20일 자료정리를 거쳐 21일 소위원회 심사에 착수, 22일 오전에 심사를 마치고 오후 본회의에 추경안을 상정할 수 있다.

주 의원은 "오늘 중 여야 지도부가 매듭을 풀지 못하면 22일 추경안 처리는 물 건너간다"고 말했다.

그러나 두 야당은 조선·해운업 부실에 따른 산업은행·수출입은행 출자가 이번 추경에 1조4천억원이 반영된 만큼, 두 국책은행의 자금 집행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규명하는 청문회 증인채택이 추경과 연동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국민 세금을 마치 자기 돈인 양 몇몇 사람이 모여 짬짜미로 결정하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털고 가자고 할 수는 없다"며 "청문회를 통해 문제점을 제대로 밝혀내고 재발하지 않게 만드는 게 국회 책무다.

그래야만 추경을 편성하는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도 "'선(先) 청문회 후(後) 추경'을 주장했지만, 우 원내대표와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선 추경 후 청문회'를 강하게 주장해 양보했다"며 "청문회라도 제대로 하자"고 말했다.

특히 이번 추경은 야당이 먼저 요구하자 정부가 뒤늦게 편성해 국회에 제출한 것임에도 일방적으로 시한을 정해 '조속한 통과'를 고집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는 게 두 야당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국회 제출이 늦었다고 인정하더라도 과거 사례를 보면 추경안 제출부터 처리까지 걸리는 기간은 20일을 넘지 않았다"며 "지난달 26일 추경안을 제출했는데, 22일에도 처리되지 않으면 한 달을 넘긴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추경안 처리를 둘러싼 정부·여당과 두 야당의 공방이 정기국회 개시를 앞두고 벌어지는 '샅바 싸움'이라는 시각도 있다.

예결위 관계자는 "야3당이 합의한 '8대 조건' 가운데 청문회만 구체적 성과를 얻었다는 비판이 야권 내부에 있는 반면, 여당 입장에선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예산 여·야·정 협의체 구성과 세월호참사 조사 연장 등으로 이미 양보했다는 입장이 맞서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