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장관 "도의적 책임은 있는데…", 사과 요구엔 "안타까워"

국회 '가습기 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는 17일 이틀째 정부기관 보고 청취를 이어 갔다.

보건복지부와 공정거래위원회,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출석한 이날 회의에서 위원들은 보건당국이 가습기 살균제의 위험성을 인지하고도 제대로 된 사후관리와 대응을 못 해 피해가 커졌다며 비판을 쏟아냈다.

새누리당 정유섭 의원은 "2011년 질병관리본부의 가습기 살균제 흡입 독성실험에서 폐 손상이 확인됐던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제품과 달리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 제품은 애초에 독성이 나타날 수 없는 조건에서 실험이 이뤄졌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당시 질본과 안전성평가연구소의 연구 담당자들이 실험 직전 주고받은 메일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시험방법과 기술적 한계로 독성이 확인될 수 있는 조건이 아예 되지 않았다면서 질병관리본부는 이런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하태경 의원도 "실험쥐의 경우 허파의 독성 분해효소가 사람보다 많아 해독능력이 10배 크다고 한다"면서 "그렇다면 농도를 (시판 제품보다) 훨씬 높여 실험을 해야하는데, 피해자 기준에 맞추지 않은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국민의당 송기석 의원은 "2011년 8월 질병관리본부의 원인 미상 폐 질환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 발표 이후 정부의 1차 조치는 가습기 살균제 사용 및 제품 출시 자제 권고에 그쳤다"며 "추가 피해자 발생을 막기 위해 제품 수거 명령이나 적어도 수거 권고 조치를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 의원은 "2008년부터 지속해서 발생한 원인 미상 폐 손상의 역학조사를 2011년에야 시작한 것도 피해를 본 국민에게는 뼈아픈 부분인데 인과관계를 밝혀낸 시점에 추가 피해를 예방할 조치를 단행하지 못한 질병관리본부의 판단은 매우 아쉽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은 "모든 부처가 직무를 유기하거나 태만히 하고, 무능하거나 부주의했거나 방관한 잘못에 대해서 박근혜 대통령이 사과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이런 지적에도 정부 측은 피해사태에 대한 사과 없이 '도의적 책임'만 제한적으로 인정했다.

더민주 금태섭 의원이 정부의 사과를 요구하자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은 "도의적인 책임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정부를 상대로 소송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

피해자 가족들에 대해 정말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사과의 말은 하지 않았다.

추가 테스트를 위한 제품은 확보됐느냐는 하 의원의 질문에는 "확인해봐야 할 것 같다"라고 말해, "과거 범인들이 썼던 총칼이 없다는 것과 다름 없다.

증거인멸 방조로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고 본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홍지인 서혜림 기자 ljungber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