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가 17일 국회 당 대표실에서 연합뉴스와 퇴임 인터뷰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가 17일 국회 당 대표실에서 연합뉴스와 퇴임 인터뷰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나라 위해 적합한 대선후보 보이면 적극 지지"
"플랫폼, 집권방향 제시 위한 것…대선까지 포용적 성장 끌고가야"
"환자가 치료 거부하면 방법없어…물러나도 잘못된 방향 가면 가만있지 않을 것"
대권 직접 도전 답안해…"개헌시급, 의원 300명보다 대권후보가 용단해야"


"당과 나라를 위해 내 목소리를 충분히 내겠다."

퇴임을 열흘 앞둔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는 17일 연합뉴스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대표직에서 물러나도 나라가 잘못된 방향으로 간다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당 대표실에서 만난 김 대표는 "임기가 끝나는 이달 27일은 당 대표를 맡은지 정확히 7개월째다.

그동안 당이 총선에서 소기의 목표를 달성해 집권할 수 있는 가능성까지 열었다"며 담담한 표정으로 소회를 털어놓았다.

그러나 자신을 향해 비판적 태도를 보이는 당내 일각을 향해서는 "자신들이 급할 때에는 이런저런 소리를 다 하더니 이제 당이 살아날 만하니 딴 소리를 한다", "호남은 내가 당 대표로 왔을 때부터 잃어버린 땅이었는데, 호남의 총선 패배 원인을 당 대표에게 돌리려 한다"는 등 언성을 높이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특히 정체성 논란에 대해서는 "강령에서 '노동자'를 삭제했다고 난리를 치지만, 이제껏 노동자를 위해 한 일이 뭐가 있느냐"며 거침없는 쓴 소리를 쏟아냈다.

김 대표는 "환자가 치료를 거부하면 방법이 없다"면서도 "설마 당이 완전히 옛날로 돌아가겠느냐. 지금까지 해온 것이 아깝다.

목소리를 충분히 내겠다"고 말했다.

그는 '플랫폼론'을 언급하며 적합한 대선주자를 지지하겠다고 하면서도, 직접 대선에 도전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해 여운을 남겼다.

다음은 김 대표와의 일문일답.
-- 임기를 마친 소회는.
▲ 만 7개월 만에 떠난다.

나라의 장래를 위해서는 여야가 비슷비슷한 상황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당을 정상화시켜서 수권정당을 만들어야겠다는 취지에서 당에 왔다.

그나마 총선에서 소기의 목표를 달성해 집권 가능성까지 얻었다.

외형적으로는 많이 안정됐다.

중병을 앓는 환자를 치료하자는 심정으로 왔다.

환자의 의지가 중요한데, 환자가 치료를 거부하면 방법이 없다고 얘기를 했다.

그런데 지금보면 이 사람들(더민주 사람들)이 그때에는 급하니까 (쓴소리를 해도) 참았던 것 같다.

내가 귀가 어두워 잘 못듣는 것 같아도 "선거 끝나면 두고보자, 선거까지만 참자"하는 얘기가 허다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결국 비례대표 공천 때 중앙위에서 큰 소란을 일으켰고, 제일 기분나쁜 것은 '셀프공천'이라는 단어를 만들어 낸거다.

불쾌하기 짝이 없어 당을 떠나려고 했다.

선거 결과 제1당이 된 것 까진 좋은데 이후 마치 당 대표때문에 호남을 잃어버린 것처럼 하더라. 호남은 내가 들어왔을 때부터 '잃어버린 땅' 이었다.

나는 원래 정치인의 말을 믿지 않느다.

처음에 급하니까 이런저런 소리 다 하더니, 이제 살아날만 하니 딴 소리를 또 한다.

외형적 안정을 쌓아놨는데, 안정이 지속될지 우려가 든다.

-- 당이 어떤 방향으로 집권 전략을 짜야하나.

▲ 더민주와 새누리당 평균 지지율 사이에 떠 있는 지지율을 어떻게 흡수할지를 생각해야 한다.

계급정당 같은 얘기를 하면 안되고, 대중이 그대로 흡수할 정당이 돼야 한다.

노동자를 앞세운다고 말을 하지만 그동안 노동자를 위해 뭘 했느냐. 노무현 정부 때도 보면 그 당시 굉장히 진보주의자, 과거 운동권 출신들이 많아도 현상을 즐기기만 했지 뭘 새롭게 했느냐.
-- 김 대표가 퇴임하면 당이 예전 모습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 돌아가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이미 특정인이 대통령 되면 잘 될거라고 희망해 노력했지만 결과가 그렇지 못했던 것을 체험했다.

이번에도 그런 꼴이 나지 않겠느냐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설마 완전히 옛날로 돌아가겠는가.

그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 퇴임 후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 그만둔다고 해도 나라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

당이 제대로 가지 않아도 당연히 얘기를 하겠다.

지금까지 해놓은 것이 아깝기도 하다 (웃음). 당뿐 아니라 나라의 장래를 생각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죽도 밥도 안된다.

-- 이후 더민주의 집권을 위해 대선에서 역할도 있을텐데.
▲ 나라를 위해 적합한 사람이 보이면 내가 그 사람을 적극 지지하겠다.

더민주가 집권하려면 기본적으로 후보를 잘 내야 한다.

상황 전반에 대한 인식을 제대로 하고 국제정세에 대해서도 감수성을 발휘, 우리나라의 현 상황을 어떻게 치유하겠다는 확신을 주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보이면 적극 지원하겠다.

그런 사람이 안보이면 찾으려고 노력을 해야 한다.

당 전체가 노력할 일이다.

-- 대선 '김종인 플랫폼'론도 언급했다.

▲ 플랫폼은 특정인이 아닌 (집권의) 방향을 제대로 제시하기 위해 만드는 것이다.

누가 방향에 맞는지는 두고보면 알 것이다.

-- 최근 한 인터뷰에서 기자가 김 대표가 직접 대선에 나온다는 데에 내기를 걸겠다고 했다.

▲ 그 한 표로 대통령이 되겠나(웃음)
-- 직접 뛰어들 수 있느냐는 것이 질문의 취지인데.
▲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은 나오지만 실질적으로는 전혀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다음 정부도 이런 식이면 미래가 잘 보이지 않는다.

더민주를 제대로 만들어 집권하려는 것이다.

-- 내년 대선에서의 시대정신은.
▲ 2012년 대선에서는 경제민주화가 화두였는데 상황이 더 심각해졌다.

한국 뿐 아니라 세계가 다 그렇다.

경제민주화가 전제된 포용적 성장이라는 화두를 대선까지 끌고가야 한다.

-- 내년 대선도 3자구도로 대비해야 하나.

▲ 최근 언론에 한쪽은 친노(친노무현), 한쪽은 친박(친박근혜), 이를 제외하고는 나라를 위해 새로운 틀을 짜는 것이 어떠냐는 얘기도 나오더라.
-- 개헌에 대한 생각은. 임기를 단축해가며 개헌을 주장할 대권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했다.

▲ 그런 생각이 있다.

대통령제를 실시한 지 70여 년이 됐는데 지금의 대통령제는 효율이 없다.

한 사람에 의해 나라가 이끌어질 수 없고, 잘못된 사람을 앉히면 나라가 더 잘못될 수 있다.

지금 여소야대 국회만 봐도 합의를 하지 않으면 일이 처리가 될 수가 없는 구조인데, 협치에 의해 국가를 운영하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논의해야 한다.

경제, 정치, 사회 모든 분야를 리세팅할 시기다.

가장 시급한 사안이다.

그런데 대선 전에 개헌하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국회의원 임기가 반이 날아가기 때문이다.

그러면 의원 300명보다 대통령에 나설 한 사람이 양보하는 용단이 필요하다.

-- 최근 '건국절' 논란도 있었다.

▲ 일반 통념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을 대통령이 왜 무리하게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이상헌 임형섭 기자 hysu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