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외당협위원장 136명 중 100명 넘게 참석…90분간 공개토론
김문수 "우병우 사퇴 건의하라", 이성헌 "靑에 더 강한 주장해야"

"혁신비상대책위원회가 고생 많이 하셨죠. 하지만 고생 많이 했다고 좋은 점수를 받는 건 아닙니다."

"내년 12월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하려면 당원의 일심단결이 필요한데 새누리당 당원이라는 자긍심이 없어진 지 오래입니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 주재로 17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원외당협위원장 회의에서는 쓴소리가 쏟아졌다.

136명의 원외당협위원장 가운데 100명이 넘는 원외위원장이 참석한 이날 회의는 1시간 30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를 비롯한 신임 지도부가 박근혜 대통령과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들로 꾸려졌지만, 청와대에 할 말은 해야 한다는 건의가 잇달았다.

김문수(대구 수성갑) 위원장은 이 대표가 박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이니 국민 여론을 고려해 각종 의혹에 휩싸인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퇴를 당 지도부가 건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박 대통령께 여러 사정이 있겠지만,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대체 인물이 없는 것도 아니고 보궐선거를 해야 하는 것도 아니니 신속하게 결론을 내려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성헌(서울 서대문갑) 위원장은 전날 박 대통령이 단행한 개각을 거론, "한 신문도 잘한 인사라고 평가하는 걸 못 봤는데 당에서는 잘된 인사라고만 평가하더라"고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새로운 체제가 들어섰으니 뭔가 확실히 변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줘야 하는데 이대로라면 당에 실망한 분들이 다시 희망을 품기 어렵다"며 "당이 (청와대에) 쓴소리도 하고 더 강한 주장을 해야 하지 않느냐"고 강조했다.

새 지도부가 꾸려지기 전 혁신비상대책위원회의 활동이 부진했다는 지적과 함께 그 뒷수습을 하루빨리 해달라는 요청도 있었다.

허용범(서울 동대문갑) 위원장은 "최근 다섯 차례 전국 선거에서 서울은 궤멸당하다시피 해왔다"며 "지난 4·13 총선에서 유권자 절반이 거주하는 서울에서 탈당이 속출하고 입당은 찾아볼 수 없는데 비대위는 도대체 뭘 했느냐"고 꼬집었다.

강요식(서울 구로을) 위원장과 강세찬(경기 의정부갑) 위원장은 현재 지역에서 조직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보니 그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하루빨리 당협위원장으로 임명해달라고 촉구했다.

정부가 제출한 11조원 규모의 추가경정 예산안만으로 경제를 살리기 어렵다는 현실을 인식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하진(경기 분당을) 위원장은 "일자리를 늘리고 추경 예산을 푸는 것만으로 경제가 나아지지 않는다"며 "새로운 산업을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에 미래는 없다는 절박함으로 새누리당이 비전을 만들어야 한다"고 요청했다.

정승연 위원장(인천 연수갑) 위원장은 "주변에서 무모하다고 할 정도로 과감한 경제정책을 써야만 경제를 살릴 수 있다"며 "더 많은 추경 예산을 요구해서 경기를 반드시 살려내야 내년 대선, 내후년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원외당협위원장 회의는 원내에서 발생하는 일은 원내대표에게 일임하고 원외를 중점적으로 챙기겠다고 공언한 이 대표의 첫 후속조치였다.

이 대표는 "전직 장관, 전직 도지사, 카이스트 부총장 등 쟁쟁한 인물을 그냥 놔둘 수 없다"며 "원외를 배려하는 게 아니라 도와달라고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runr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