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장소 거론 안 돼…투쟁위 거센 반발로 간담회 무산될 뻔
투쟁위 "제3후보지 검토 공식 의견 아냐"…국방부 "성주서 추천하면 검토"


17일 오후 경북 성주군청에서 열린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사드배치 철회 투쟁위원회 간 첫 간담회에서 제3후보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제3후보지로 특정 장소를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투쟁위원회 측이 강력히 반발해 자칫 간담회가 무산할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

한 장관 일행, 투쟁위 관계자, 새누리당 이완영 국회의원 등 40여명은 이날 오후 2시부터 군청 5층 대회의실에서 간담회를 열었다.

한 장관과 투쟁위 이재복 대표위원장이 모두 발언을 한 뒤 비공개로 했다.

한 장관은 미리 준비한 파워포인트(PPT) 자료를 이용해 15분 동안 직접 성주 성산포대에 사드배치 타당성을 설명했다.

한 장관은 성주 사드배치 이유로 국민 안전성·군사적 효율성 등 5∼6개 항목을 언급했으나, 그간 거론한 사드배치 후보지별 배점표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국방부와 투쟁위 간에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투쟁위 측은 주로 한반도 사드배치 필요성, 효용성 등을 물었다.

하지만 발언권을 얻은 투쟁위원 1명이 갑자기 "사드배치 여부는 대통령이 결정하는 것이고 장소는 국방부 장관이 결정한다.

다른 지역에 할 수 있도록 재가를 받아라"며 제3후보지 검토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에 나머지 투쟁위원은 "그렇게 얘기할 거면 투쟁위에서 나가라. 투쟁위 공식발언 아니다"고 반박하는 등 소란이 벌어졌다.

또 간담회에 참석한 이수인 투쟁위원회 기획팀장은 오후 3시 40분께 주민 수십명이 모인 군청 1층 현관으로 내려와 "제3후보지가 거론되는 상황을 도저히 참을 수 없어 간담회장을 나왔다"며 "현시점에서 투쟁위에서 사퇴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 기획팀장 말을 전해 들은 주민은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는 등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또 "간담회장에 다시 들어가 제3후보지 반대에 힘을 실어달라"고 요청했다.

이완영 의원도 제3후보지 검토에 힘을 싣는 발언을 했다가 군민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그는 간담회가 마지막 무렵 "대통령께서도 (제3후보지를) 언급하셨고 국방부에서도 (제3후보지를) 검토하겠다고 했으니 결정하려면 빨리 하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어느 것이 국민을 위한 것인지 여기 계신 분들도 한번 생각해보셔야 한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간담회가 끝난 뒤 일부 주민이 군청을 빠져나가는 한 장관 쪽으로 물을 뿌리기도 했으나 직접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투쟁위 관계자는 "국방장관과 첫 간담회를 했으나 국방부가 시간에 쫓겨 성산포대를 사드배치 적합지로 결정했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며 "정부는 성주 사드배치를 철회하고 (사드배치 여부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제3후보지 검토 요청은 투쟁위원의 돌출 발언일 뿐 우리 공식 의견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국방부 관계자는 "성주에서 제3후보지를 추천하면 검토하겠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성주연합뉴스) 박순기 최수호 기자 su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