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권 성공이 다음 정권을 탄생시키는 길…거의 모든 것 바꿔야"
"정치인은 섬김받는 자리 아냐…형식주의 깨겠다"
"고교 은사 가르침 만선부(萬善簿) 가슴에 품고 다녀"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16일 "정치인이 국민을 섬기지 않고 오히려 섬김을 받으려는 행태를 과감히 깨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8·9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후 취임 일주일을 맞아 이날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정치인이 민생 현장을 방문한다고 하면서 사진, 카메라를 대동하는 보여주기식 형식주의는 이제 허물어야 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대표는 전날에도 정부 공식 광복절 기념행사에 참석한 뒤 시내 대형서점에 들러 책을 사고, 예고 없이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인근 경희대 도서관을 방문해 과학 정책과 청년 취업 문제를 놓고 즉석 토론을 벌였다.

그는 "당 대표가 됐다고 새롭게 하는 게 아니라 이미 당의 험지라고 할 수 있는 호남에서 22년간 했던 것을 전국화 시키려는 것"이라고 다짐하고 "아무리 어려운 지역이라도 섬기고, 들으면 마음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대표는 정권 재창출의 가능성에 대해 "단호하게 말하지만 현재 상태로는 거의 벼랑 끝이고, 어렵다"면서 "따라서 죽어야 산다는 각오로 변하지 않으면 대선을 이길 수 없다"고 내다봤다.

다음은 이 대표와의 일문일답
-- 전날 다른 일정을 뒤로 하고 고교 은사 빈소를 찾았는데 각별한 사이였나
▲ 살레시오 고등학교 1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었던 이기순(79) 선생님이 돌아가셔서 모든 일을 제쳐 놓고 마지막 비행기로 내려가서 조문했다.

그 때 나에게 정치인으로서 자질이 보인다면서 웅변을 배우라고 권유했던 분으로 마음의 스승으로 모시는 분이다.

이 선생님은 '평생 1만 가지 선한 일을 해서 기록으로 남겨 놓으라'는 말씀을 하시며 만선부를 쓰라고 하셨다.

지금도 선비의 꼿꼿함을 지녔던 선생님의 그 말씀을 가슴에 품고 다닌다.

-- 이정현식 행보를 정치 쇼라고 비판하는 지적도 있다
▲ 당 회의를 해도 내실이 중요한 것이지 사진이 중요한 게 아니다.

현장을 방문해도 방문 사실이 중요한 게 아니라 무엇을 듣고, 어떻게 해결했느냐는 내용이 더욱 중요하다.

내가 안 하던 것을 하는 것도 아니고 당 대표라는 자리가 주목을 받으니 시범을 보여서 다른 정치인들도 따라 하게 하고 싶다.

그동안 언론이 주목을 안 했을 뿐이지 나는 줄곧 이렇게 정치를 했다.

형식이 내용과 실질을 지배하는 게 아니라 가급적 내용이 달라지게 하는 정치를 하고 싶다.

광우병이나 세월호 사태가 터졌을 때 정치권에서 목소리가 컸지만 계속 반복되는 안전사고에 대해 과연 정치권과 정부가 얼마나 근본적인 문제점을 파악했는지 의문이 든다.

나는 근본적 해결책을 찾아내는 게 중요하다고 보고, 여기에 초점을 맞추려고 한다.

또 국민이 행복한가 하는 질문을 계속 던지고, 일자리 부족과 소상공인, 가계부채 불안 등 개별 문제점들을 찾아내 해결하다 보면 어느 사이에 지금보다 나은 행복감을 맛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강조한 국가 자긍심 고취 방안은
▲ 굉장히 중요한 얘기다.

광복절에 과거를 잊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이에 덧붙여서 미래를 더 낫게 하는 방안은 무엇인가에 대한 제시도 그만큼 필요하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미래에 대해 꿈과 희망을 갖고 있어야 한다.

우리 스스로 국가에 대해 비관적이면 절대 할 수 없다.

우리는 근대화, 산업화, 민주화를 함께 이뤄낸 전 세계에 몇 개 안되는 나라다.

우리가 이룬 것에 대한 긍정과 자부심을 가질 때 더 큰 에너지로 미래를 대비할 수 있다.

또 현 정부에서 아무것도 한 게 없는 것처럼 비판하는 것도 문제다.

인기에 영합하지 않고 후손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비정상화의 정상화에 매진했다.

그 게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러한 노력을 당에서 뒷받침하고 당당하게 협력할 것은 하겠다.

당 대표로서 해방 이후 우리의 성과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를 불러일으키고, 긍정의 에너지를 끌어올리도록 곳곳에서 활동할 것이다.

-- 정권 재창출 가능성과 복안은
▲ 대선을 들먹이지 않는 게 정권 재창출을 위한 제1의 비결이다.

예를 들어 당내 화합을 위해 주류, 비주류의 갈등을 극복하는 방안은 이를 자꾸 들먹이지 않는 것이다.

집권 세력의 책임을 완수하고, 이 정권을 성공시키는 게 다음 정권을 탄생시키는 길이다.

그러기 위해서 대선을 어떻게 해야 한다고 노래를 부를 게 아니라 떠나버린 국민의 사랑을 되찾기 위한 근본적 변화를 꾀해야 한다.

거의 대대적으로 모든 것을 바꾼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특히 민생, 국가 안위에 대해 소신을 갖고 임해야 한다.

현재의 집권 여당에 주어진 책임을 다하고, 국민으로부터 인정을 받을 때 책임을 연장할 수 있게 된다.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기자 aayy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