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1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유철 광복회장, 박 대통령, 김상길 애국지사, 정세균 국회의장, 양승태 대법원장,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1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유철 광복회장, 박 대통령, 김상길 애국지사, 정세균 국회의장, 양승태 대법원장,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박근혜 대통령은 15일 제71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예년과 달리 국내 문제에 많은 비중을 할애했다. ‘헬조선’ 등 우리 사회에 만연한 자기비하 풍조를 정면 비판하면서 경제위기를 돌파해 ‘제2의 도약’을 이뤄나가자는 내용이 연설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기득권을 지키려다간 공멸할 수 있다”며 대기업 노조에 기득권 포기를 강하게 주문했다. 대일(對日) 메시지와 관련해서는 “한·일 관계는 역사를 직시하는 가운데 미래지향적인 관계로 새롭게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문장 하나가 전부였다.

◆“자기비하는 사회 무너뜨려”

박 대통령은 경축사 서두에서 자동차 스마트폰 등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이 세계인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점, 세계인이 열광하는 한류 문화, 국가신용등급이 영국 프랑스 수준까지 높아진 점 등을 구체적으로 열거한 뒤 “언제부터인지 우리 내부에서 대한민국을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우리나라를 살기 힘든 곳으로 비하하는 신조어들이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떼법 문화가 만연해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고 대외 경쟁력까지 실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헬조선’ ‘3포 세대’ 등 최근 유행어를 정면 비판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자기비하와 비관, 불신과 증오는 결코 변화와 발전의 동력이 될 수 없고 우리 스스로를 묶어버리고 우리 사회를 무너뜨리게 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제 다시 대한민국 발전의 원동력이던 도전과 진취, 긍정의 정신을 되살려야 한다”며 “내부의 분열과 반목에서 벗어나 배려와 포용으로 성숙한 시민의식을 키워나가자”고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할 수 있다”는 말을 아홉 차례 반복하면서 제2의 재도약을 이뤄낼 수 있는 3대 키워드로 ‘신산업 창출’ ‘노동개혁’ ‘교육개혁’을 제시했다.

박 대통령은 “우리의 운명이 강대국들의 역학관계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는 피해의식을 떨쳐내야 한다”며 “우리가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번영의 주역이라는 책임감을 갖고 주변국들과의 관계를 능동적으로 이끌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반발로 촉발된 사드(THAAD·고고(高)도 미사일방어체계) 갈등을 정면 돌파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노동개혁 다시 강조

박 대통령은 특히 노동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노동개혁은 한시도 미룰 수 없는 국가 생존의 과제”라며 “대기업 노조를 비롯해 형편이 조금이라도 나은 근로자들이 청년들과 비정규직 근로자를 위해 한걸음 양보하는 공동체 정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우리 국민 모두가 자신의 기득권을 조금씩 내려놓고 노동개혁의 물꼬를 트는 데 동참해줄 것을 간곡히 부탁한다”고 했다. 이 같은 언급은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는 노동개혁법을 20대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다.

박 대통령은 “모두가 ‘남 탓’을 하며 자신의 기득권만 지키려고 한다면 우리 사회가 공멸의 나락으로 함께 떨어질 수 있다”며 “국민과 정치권, 노동자와 기업인 모두 한마음이 돼 국가경제가 살아나도록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신산업 창출과 관련해 기업인들에게 “정부를 믿고 자신감을 갖고 과감한 신산업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재계는 박 대통령의 경축사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논평에서 “정부가 신산업 창출, 노동개혁에 강한 의지를 밝힌 것을 환영한다”며 “4대 구조개혁을 통해 성장엔진의 혁신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경제계는 파괴적 혁신과 과감한 도전정신으로 신산업 활성화와 미래 일자리 창출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장진모/김순신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