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15일 서울 여의도 당사 기자실을 방문,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15일 서울 여의도 당사 기자실을 방문,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하면서 비서를 대동하지 않았다.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뒤 혼자 시외버스를 타고 다녔던 것의 연장선상이다. 아침엔 일정을 알리지 않고 농림축산식품부와 농협 관계자들을 조용히 만났다. 올해 벼농사가 대풍이지만 쌀 소비 부진으로 농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관계자들을 만나 의견을 듣기 위해서였다. 이 대표는 경축식이 끝난 뒤 예고없이 서울 홍릉에 있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을 방문해 연구원들과 즉석 간담회를 하고 인근 경희대를 찾아 학생들과 만났다.

지난 9일 취임한 이 대표의 파격 행보가 화제다. 10일 첫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모두발언을 없앴다. 최고위원회의 시작 전 대표와 원내대표, 최고위원들이 돌아가며 한마디씩 하는 오래된 관행을 없앤 것이다. 과거 최고위원회의는 모두발언에서 일부 최고위원이 돌출 발언을 하거나 계파 갈등을 부추기는 발언이 여과 없이 나와 ‘봉숭아학당’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 대표는 “30~40분씩 발언을 하느라 정작 회의는 10~20분밖에 못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회의를 내실 있게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11일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신임 지도부 간 청와대 오찬에선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를 직접 건의해 당일 정책 발표를 이끌어냈다. 이를 위해 이 대표는 회동 전날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과 만나 전기요금 누진제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도 통화했다. 이를 바탕으로 다음날 청와대 오찬에서 전기요금 누진제 개선 필요성을 언급했고, 산업부는 7~9월 한시적 완화 방안을 내놓았다. 당 정책위원회가 관계 부처와 실무 당정, 고위 당정 등의 단계를 거쳐 정책을 내놓던 관례를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이다.

당 대표로서의 권위도 과감하게 벗어던졌다. 이 대표는 당 사무처 직원들과의 상견례에서 “불필요한 의전, 권위주의적인 형식을 다 뜯어고치겠다”고 약속하면서 자신을 ‘형님’이라고 부르라고 했다. 그는 “당 대표 출마 선언 후 현장에서 생생한 민심을 듣기 위해 혼자 시외버스를 타고 돌아다녔다”며 “옆에서 가방을 들어주고 차에서 내릴 때 문 열어주고 하는 것이 너무 싫다”고 했다.

좋은 정책과 아이디어를 내놓으면 직위에 상관없이 받아들인다는 방침이다. 이 대표는 “결재문서에 서명만 하는 게 아니라 정책을 제안한 사람을 불러 직접 토론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실·국장, 장·차관 가리지 않고 만나 정책을 협의하겠다”는 게 이 대표 생각이다. 일각에선 “지나치게 튄다”는 지적도 없진 않다.

원유철 전 원내대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의 ‘섬기는 리더십’에 찬성한다”며 “대표가 나서서 겸손하게 국민의 뜻을 받드는 것”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비박(비박근혜)계는 ‘더 지켜보겠다’는 반응이다. 이 대표와 당권 경쟁을 벌였던 비박계 정병국 의원은 “형식이 아니라 내용이 더 중요하다”며 “당청관계에 국민의 소리를 명확하게 반영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승호/박종필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