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자랑하는 자수(刺繡) 작품 가운데 김정일의 백두산 밀영 고향 집 등을 소재로 한 우상화 작품들이 해외시장에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한다고 북한전문 매체인 데일리NK가 12일 보도했다.

평안북도 소식통은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2000년대 초부터 평양수예연구소에서 외화벌이 목적으로 진행했던 자수품 제작에 지금은 일반 무역회사가 고용한 지방 여성들도 동참하고 있다"면서 "당국의 지시에 따라 중국 현지에 작업장을 꾸려놓고 해외 곳곳에서 미술품을 판매한다"고 밝혔다.

소식통은 이어 "특히 장군님(김정일) 고향을 형상화한 '백두산 밀영 고향 집'은 수요자가 없어 가격이 지속 하락해 최근엔 100 달러(11만 원 상당)에 판매되고 있다"면서 "반면 기독교 상징인 예수와 열두 제자들을 그린 '최후의 만찬'은 1천 달러(110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전문 수예사들과 이들이 교육한 지방 여성들이 백두산 밀영 고향 집 등을 직접 판매하면서 가격도 소문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북한 당국이 자수제품을 해외시장에 내다 팔면서 '제국주의 침략의 척후병'이라고 배척당한 기독교 소재 작품들이 오히려 체제선전에 동원된 우상화 수단보다 인기가 높다는 인식이 확산하는 추세라고 매체는 전했다.

이 같은 현상은 자수제품뿐만 아니라 유화 작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도 확인됐다.

평양 만수대창작사에서 제작한 유화의 중국 내 판매가를 살펴보면 '백두산 밀영의 봄'은 4620 위안(76만5천 원 상당)에 불과하지만, 호랑이를 소재로 한 '조선범'은 6배 높은 2만6천300 위안(435만6천원 상당)에 거래되고 있다고 매체는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문관현 기자 kh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