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항생제 처방, 5년내 절반으로 줄인다
정부가 항생제 내성균 피해를 줄이기 위해 5년 안에 감기 항생제 처방을 절반 수준으로 줄이기로 했다. 항생제를 많이 쓰는 질환의 진료 지침을 마련하고, 사람과 동물을 넘나드는 내성균 전파 경로를 파악해 관리할 계획이다.

정부는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제86회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어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을 확정했다.

정부는 44%인 감기 환자 항생제 처방률을 2020년까지 22%로 낮추기로 했다. 수술이나 호흡기 질환 등을 치료할 때 사용하는 항생제 사용량과 메티실린 항생제에 대한 황색포도알균 내성률을 20% 줄일 계획이다.

항생제는 세균 등 미생물이 성장하는 것을 막거나 없애는 치료제다. 하지만 항생제 오남용으로 항생제를 써도 죽지 않는 내성균이 등장했다. 내성균은 치료제가 없어 한번 유행하면 사회·경제적 피해가 크다.

정부는 의료기관의 항생제 남용을 줄여 내성균 확산을 막고 축산물과 수산물에 대한 항생제 사용도 관리하기로 했다. 항생제 처방률에 따라 동네의원에 주는 가산금과 감산금은 현재의 1%에서 3%로 확대한다. 관련 연구개발(R&D) 투자도 늘리기로 했다.

감염관리의사를 양성하고 의료기구 세척·소독·멸균과 세탁물 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다. 의료기관 내 폐의약품과 의료폐기물 처리 지침 준수 상황도 점검한다. 의료기관 간 환자 이동 시 내성균 정보를 공유하도록 할 계획이다. 수의사 처방 대상 항생제는 현재 20종에서 40종으로 늘린다.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은 “증상이 나아졌다고 처방받은 항생제를 끝까지 복용하지 않고 나중에 증상이 나타났을 때 다시 약을 먹는 것은 항생제 내성을 높이는 대표적 습관”이라며 “국민 인식 개선을 위해 항생제 바로쓰기 운동본부를 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영국 정부가 짐 오닐 재무부 차관 이름으로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항생제 내성에 대처하지 못하면 2050년 세계에서 한 해 1000만명이 사망할 것으로 예측됐다. 선진국에선 국가 안보 차원에서 항생제 내성 문제를 다루고 있다.

국내 항생제 사용량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진료환자 1000명당 항생제 처방 환자 수는 한국이 31.7명으로 스웨덴(14.1명) 노르웨이(19.2명)보다 두 배가량 많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