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용 누진제 손질에 공감대…산업용 인상이 관건
與 신중모드 vs 더민주·국민의당 "대기업 특혜"

여야 정치권이 연일 기록적인 폭염 속에 전기요금 폭탄 사례가 이어지자 본격적인 개정 작업에 착수했다.

전기요금 부담 완화가 필요하다는 데 모처럼 공감대를 형성한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은 일단 올 여름에 부과되는 요금부터 할인을 적용하고, 정기국회에서는 관련 법률 개정에 나설 태세이다.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로 12일 열리는 여야 3당 원내대표 회동에는 추가경정예산안과 함께 전기요금 개편 논의가 화두가 될 전망이다.

일단 여야 모두 일반 가정에 적용되는 전기요금 누진제를 손봐야 한다는 데는 사실상 의견 일치를 보이고 있다.

누진율을 어느 정도로 축소할 것이냐만 남은 상황이다.

새누리당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누진제를 완화하더라도 전기를 더 많이 쓰는 사람이 혜택을 보는 부작용을 해소할 방법도 생각해 봐야 한다"면서 "정부의 담당자들과 면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소속 조경태 기획재정위원장도 당론은 아니지만 누진 배율을 현행 최고 11.7배에서 1.4배로 축소하는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새누리당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산업자원부 실무자로부터 현행 전기요금 체계와 개편안을 검토했으며,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하는 당 지도부 청와대 오찬 회동에서도 이 문제가 의제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더민주 역시 '계절별 차등요금제'를 골자로 한 누진세 개편안을 들고 나왔다.

전력수요가 많은 여름철에 누진제 구간을 일부 통합해 부담을 완화하자는 것이다.

변 정책위의장은 "가정용 전기가 많이 소비되는 현실을 요금제에 반영해야 한다"면서 "지난해에도 전기료 누진제를 일시 완화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지나치게 누진 구간을 통폐합할 경우 오히려 저소득층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에 동의하고 있어 '절충형' 대책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은 6단계인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 구간을 총 4단계로 축소해 전체 요금을 낮추자는 방안을 이미 지난달 29일 내놨다.

김 정책위의장은 "일반 소비자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전기요금의 불공정성을 개선해야 한다"면서 "요금제 개편으로 최대 1조원까지 요금을 낮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산업용 전기요금의 인상 여부는 여야 사이에 입장이 갈리고 있다.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은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에 대해서 정부와 협의를 벌이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당 지도부 역시 이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며 신중한 모습이다.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은 곧바로 기업의 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가뜩이나 침체 국면에 빠진 경제를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게 새누리당의 생각이다.

정책위의 한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으로 기업 경쟁력이 떨어지면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기려 할 것"이라면서 "결국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오는 구조"라고 말했다.

반면,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값싼 산업용 전기요금을 대기업 특혜로 보고 즉각 인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더민주 변재일 정책위의장은 "높은 영업이익을 나타내는 20대 대기업에 원가 이하로 전력을 공급하는 게 타당한지 의문"이라면서 "대기업 특혜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전기요금 개편안 마련을 추진 중인 더민주 대책에는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이 포함될 가능성이 커졌다.

국민의당 김성식 정책위의장도 "전체 사용전력의 55%를 차지하는 산업계의 전력사용을 효율적으로 절감하는 게 향후 전력정책의 핵심이 돼야 한다"면서 "비효율적인 전력사용이 많은 기업에는 요금을 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임형섭 홍지인 기자 aayy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