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이 잇따라 발의한 상법 개정안은 지난 19대 국회에서 발의됐다가 상임위원회도 통과하지 못하고 폐기된 법안의 재탕 삼탕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집중투표·전자투표제, 감사위원 분리 선임 등 야당의 상법 개정안 핵심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기도 하다. 그 공약을 만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사람이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김종인 대표다. 박 대통령과 김 대표는 결별했지만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인 2013년 3월 법무부는 대선공약 이행을 위해 상법개정추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법무부가 그해 6월 상법 개정안 공청회를 열자 재계의 우려가 쏟아졌다.

주주의 본질적 권리인 이사 선임권 침해, 외국 투기자본의 경영권 탈취 가능성 등 문제점을 지적하는 여론이 높아졌다. 2013년 8월 박 대통령은 “경제민주화가 대기업 옥죄기로 변질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상법 개정안을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상법 개정안을 수정 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경제 활성화가 주요 과제로 떠오르면서 법무부는 수정안을 내지 않고 있다.

지난해엔 우윤근 당시 더민주 의원이 법무부 상법 개정안에서 집행임원제도만 뺀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세 차례 심의됐다. 그러나 기업 활동 제한으로 경기 회복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심의가 보류됐다. 지난 5월 말 19대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김 대표와 채 의원이 20대 국회에서 발의한 상법 개정안도 우 의원 개정안과 대동소이하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