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의 철조망 점점 벌어져"…5·18 특별법 개정안 처리 기대감
정계개편 과정서 '호남참여 연정론' 탄력받을 지 주목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영남기반의 새누리당이 처음으로 호남 출신인 이정현 대표를 선출한데 대해 예민하게 촉각을 곤두세웠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호남지역의 맹주 자리를 놓고 한 치의 양보 없는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새로운 상황변수가 등장한 탓이다.

단순히 새누리당 차원의 정치적 의미를 넘어 여야간 대치정국과 내년 대선구도에도 영향을 끼칠 개연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일단 야권 관계자들은 이 대표의 선출에 대해 "박심(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의 영향력이 작용한 결과"라며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이 대표가 호남이라는 지역적 대표성을 띠고 당선된 것이 아니어서 현 정국과 대선판도를 뒤흔들 파괴력있는 변수로 보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더민주의 핵심 관계자는 10일 "이 대표가 호남출신이라기 보다 근본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오른팔이기 때문에 표를 얻은 것이어서 호남출신이라는 의미가 크지는 않다"고 선을 그었다.

국민의당도 호남 여론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국민의당이 호남에서 더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을 책임있는 '제1야당'으로서 결의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차기 개각에서 반드시 호남 출신, 특히 전북 출신을 발탁해 이번만은 전북도민의 눈물을 닦아줘야 한다"면서 "이정현 대표에게도 이 점을 강력하게 건의해달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한다"면서 무거운 과제도 던졌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호남에서도 당연히 이 대표에게 관심을 가질 수는 있지만, 전반적인 정치적 정서의 풍향을 좌우할 정도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대표의 당선을 단순하게 평가해서는 안된다는 인식 속에서 내심 긴장을 늦추지 않는 표정도 읽혀진다.

무엇보다 텃밭에 해당하는 호남표심의 변화에 주목하는 시각이 나온다.

더민주 관계자는 "호남에서 보수세력이 상당히 존재하고 최근 조직세가 살아나고 있어 이 대표의 당선이 호남에서 새누리당의 세를 확대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며 "이 대표가 호남예산과 숙원사업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야권도 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 대표가 정기국회 예산과 관련 사업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전략적으로' 호남 챙기기에 나설 경우 야권의 아성 격인 호남지역의 지지율에도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친박계'인 이 대표의 당선으로 여야관계가 경색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당청 관계가 수직적으로 되면 국회 운영이 어렵게 된다"면서 "이 대표가 민심을 잘 파악해서 박 대통령을 설득하면 협치가 살아날 텐데, 박 대통령의 뜻을 받드는 데 우선순위를 두면 의회민주주의가 암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야권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5·18 민주화 운동의 비방·왜곡에 대해 처벌 조항 등을 담은 특별법 개정안 처리에 물꼬를 터주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을 보이기도 했다.

야권 일각에선 이 대표의 당선이 영·호남 간 대결적 정치구도를 무너뜨리는 데 일조할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더민주 민병두 민주정책연구원장은 전화통화에서 "이 대표가 박 대통령의 '분신'이어서 선택을 받은 것이지만, 지난 총선 결과에 이어 한국사회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지역주의 철조망이 조금씩 벌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향후 정계구도 개편 방향에 따라 현재 상상력 차원에서 제기되는 '호남참여 연정론'이 탄력을 받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그러나 박 비대위원장은 전화통화에서 "저는 호남참여 연정론을 부르짖지만, 새누리당과는 정체성이 달라 검토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임형섭 기자 lkb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