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죄 지었길래"…황급히 공항 떠난 더민주 의원들
더민주 의원 6명 중국 방문 강행
"동북아 평화 위해" 1분 인터뷰후 황급히 빠져나가
주중 대사 면담 취소…베이징대 좌담회도 비공개로
베이징 외교가 "중국 외교전문가를 당해낼지 의문"
딱 거기까지였다. 의원들은 황급히 자리를 떴다. ‘사드’라는 단어는 일부러 언급을 회피하는 듯했다. ‘한·중 관계 개선을 위한 의원 외교’ 차원에서 기획된 이번 방중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뿐 아니라 같은 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까지 나서 비판하는 등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것을 의식한 행보였다.
김영호 의원은 이날 아침 출국 전 김포공항에서도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가 견해를 밝힌 이후 상당히 마음이 무거워졌고 사명감도 굉장히 많이 생겼다”고 했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여권과 청와대의 (방중 반대) 견해 표명은 정말 지혜롭지 못하다”며 “바로 이런 정쟁이 중국 매체에 정치적으로 이용당하는 계기가 된다”고 반박했다.
더민주 의원단 일행은 당초 베이징 도착 직후 김장수 주중한국대사와 면담을 할 예정이었으나 자진 취소했다. 이날 오후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에서 열린 베이징대 교수들과의 좌담회를 한·중 양국 언론이 취재하는 것도 일절 금지했다.
김영호 의원은 좌담회 직후 한국 특파원단을 대상으로 한 브리핑에서 “중국 측 참석자들에게 어떤 경우에도 한·중 관계는 훼손돼선 안 된다는 점과 중국 언론들이 반한(反韓) 감정을 조장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에 중국 측 참석자들은 “사드 배치 결정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중국 정부와 소통을 충분히 하지 않은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고 김 의원은 전했다.
의원단의 신중한 행보에도 불구하고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방중 자체를 적잖이 우려했다. 여섯 명의 의원 중 외교 문제를 담당하는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의원은 단 한 명도 없다. 반면 의원단이 만난 장샤오밍(小明)·왕둥(王) 베이징대 교수 등 중국 측 참석자들은 중국 내에서 국제정치 전문가로 손꼽힌다.
베이징 외교소식통은 “양국 정부 간 공식 대화가 쉽지 않은 상황에선 의원 외교가 돌파구가 될 수 있다”면서도 “군사 및 외교분야 경험이 전혀 없는 초선 의원들이 중국 측 전문가들에게 얼마나 이해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걱정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
-
기사 스크랩
-
공유
-
프린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