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與 협공에 내부 이견으로 우병우·檢 개혁 이슈 동력 이완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블랙홀'로 빠져들고 있다.

정국을 온통 흔들고 있는 사드 논란의 한 가운데에 더민주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당 소속 초선의원 6명의 '사드 방중'으로 여당·청와대와 치열한 전선(戰線)을 형성하고, 외교적 시험대에도 올랐다.

안 그래도 사드 당론 채택 문제로 이견을 보이던 당내 혼선도 8·27 전당대회를 앞두고 선명성 경쟁으로까지 번질 조짐이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초선의원 방중이라는 '한 수'가 여야 역학관계 및 국제정세와 맞물려 총선이 안겨준 여소야대 정국의 제1야당이 누릴 이슈 선점 동력을 약화시키는 모양새다.

밖으로는 초선 방중단이 '무사히' 제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하고, 안으로는 여권의 공세를 막는 동시에 이견이 난무하는 당 내부를 추슬러야 하는 입장이다.

당장 더민주로서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논란으로 선점한 이슈를 날려버렸다.

사드 논란이 우 수석 문제는 물론 검찰개혁과 세월호특위 연장 등 더민주의 선공(先攻)으로 의제화된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인 것이다.

더민주는 지난달 29일 우 수석이 물러나지 않으면 국회 국정조사와 청문회를 추진하겠다고 공식화했고, 정의당은 특별검사 도입을 주장했다.

'사드 쓰나미'가 밀어닥치기 전인 이때만 해도 우 수석 문제로 여권이 수세에 몰렸었다.

하지만 열흘이 채 지나지 않아 국회에서 우 수석 논란은 자취를 감췄다.

성주 사드 배치 결정 이후 궁지에 몰린 여권이 더민주 초선의원들의 방중 문제를 엮어 역공에 나섰고 결국 그에 말린 게 아니냐는 게 야권 일부의 시각이다.

당분간 더민주는 몸을 사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날 중국으로 떠난 사드 방중 의원단의 활동 결과에 따라 입지가 좌우될 수밖에 없어서다.

청와대의 방중 자제 요청을 일언지하에 거절했던 더민주였지만 논란이 가열되자 우려되는 중국 관영언론의 전술이 휘말리지 않겠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 것도 당내에서 이 같은 논란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다.

초선 의원 5명을 이끌고 방중한 당 소속 사드대책위 간사 김영호 의원은 8일 출국길에 "청와대 입장 표명 이후 마음이 무겁고 사명감도 많이 생겼다"며 "지혜로운 마음으로 당당히 다녀와서 정부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물론 청와대와 여당의 비난에 대한 역공도 멈추지 않고 있다.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새누리당과 청와대가 외교문제에 대한 초당적 대응 필요성을 언급한 데 대해 "옳은 얘기지만, 어떤 노력을 해왔는가"라며 "사드 배치에 대한 야당과 국민의 정당한 문제제기와 대화 요구를 매국, 분열로 매도했다"고 비판했다.

기 원내대변인은 "자신들 의견에 찬성하면 애국과 국익이고, 반대하면 매국과 사대라는 안하무인식 선정정치로 인해 다치는 것은 국민의 마음"이라고 했다.

하지만 당내 상황은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다.

물론 그 중심에는 사드가 있다.

8·27 전대를 앞둔 시점에서 당 대표 후보들이 내놓은 사드 입장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어 이들을 중심으로 한 편갈림 현상이 심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상곤 추미애 후보는 '사드 반대'를 당론을 채택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반면, 비주류인 이종걸 후보는 찬반에 앞서 국회비준동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당 소속 초선의원단 방중에 대해서도 추·김 후보는 긍정적인 반면, 이 후보는 비판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전대를 앞둔 각 후보 측 분위기가 사드 문제를 놓고 마치 '선명성' 경쟁을 하듯 하자 김종인 당 비대위 대표도 에둘러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사드 당론 채택과 관련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면서 초선의원들의 방중을 말렸던 김 대표는 이날 후보자 공명선거 협약식에 참석해 "우리가 어떻게 민심을 파악해 수권정당이 될 수 있을 것인가를 각 후보자가 머릿속에 새겨달라"고 말했다.

사드 반대 주자들과의 신경전을 벌인 셈이다.

문제는 사드로 인해 혼란이 가중되는 당 내부를 어떻게 안정화하느냐이다.

내년 대선을 치를 새로운 당 대표가 이달 말에 선출되면 여러 입장이 어느 정도는 정리되지 않겠느냐는 게 당 내부 기류로 읽힌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honeyb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