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박 단일화 종용 발언으로 전대 개입 논란 촉발
대선 겨냥 '홀로서기' 관측…친박계 "배낭여행 코스프레 멈추고 자중해야"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전국 민생투어를 시작하면서 박근혜 대통령과 대립하는 발언까지도 거리낌없이 내뱉으면서 달라진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상도동계 막내부터 시작해 30년 넘게 정치를 하면서 권력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아는 김 전 대표는 대표 재임때부터 그동안 박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지 않았다.

2014년 상하이 개헌론을 내놨을 때도 박 대통령이 '경제 블랙홀론'으로 거부감을 드러내자 하루 만에 사과했고, 지난해 유승민 의원이 원내대표 사퇴 압박을 받을 때도 "대통령을 이길 수는 없다"며 묵인했던 게 바로 김 전 대표다.

그러나 김 전 대표는 박 대통령과 대구·경북 의원들의 청와대 회동을 하루 앞둔 3일 이 회동을 겨냥해 "잘못된 일"이라고 돌직구를 날렸다.

게다가 비박(비박근혜)계 정병국 주호영 의원의 단일화를 종용하고, 지지하겠다는 의사도 노골적으로 공개적으로 표명하면서 전대 개입 논란도 촉발했다.

가뜩이나 대규모 당 대표 당선 2주년 축하 행사 이후 민생투어를 떠난 김 전 대표를 향해 대권 행보라는 시각이 많은 상황이었다.

그 와중에 김 전 대표가 박 대통령과 각을 세우고, 특정 계파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이 나오자 내년 12월 대선을 위한 '홀로서기'라는 관측까지 제기됐다.

그러나 친박계는 일제히 김 전 대표를 공격했다.

"전형적인 이중잣대" "자기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게 김 전 대표를 향한 공격 포인트이다.

자신이 대규모 세 결집 행사를 하는 것은 '친목 모임'이고, 비박계 후보 지원 의사 표명은 '당원으로서 권리'라고 생각하면서, 친박계 모임이나 사드 대책 논의를 위한 청와대 회동에 대해서는 왜 '잘못된 일'이라고 규정하느냐는 것이다.

한 친박계 의원은 "김 전 대표는 4월 총선 이전 180석 이상을 얻을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고, 살생부 파문에 대표 직인을 감추는 등의 있을 수 없는 행태를 보였다"면서 "자중해도 모자를 판에 국회의원 본연의 역할은 팽개치고 배낭여행도 아니면서 배낭여행이라고 코스프레나 하고 대권만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김태흠 의원도 CBS라디오에서 "진정한 지도자가 되고, 대선 경선에 나가려는 분은 이렇게 하면 안된다"면서 "대통령께서 TK의원들을 만나는 데 문제를 제기할 게 아니라 경북 성주에 찾아가는 게 오히려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전 대표가 호남 투어를 하면서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국무총리를 전라도 사람으로 쓸 것"이라고 언급하는 것도 지역주의적 접근이라는 비판도 친박계는 쏟아냈다.

"그럼 충청도 강원도 사람은 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사드 배치를 누구보다 찬성한 게 바로 김 전 대표였다"면서 "그렇지만 오히려 소위 친박이라는 의원들은 지역 여론 눈치를 살피며 어정쩡하게 행동하지 않았느냐. 그런 의원들보다는 민심을 직접 듣는 게 낫다"고 지적했다.

김 전 대표의 청와대 회동에 대한 지적은 사드 배치 이후 악화된 민심을 푸는 방식이 달라야 한다는 충정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전날 담양에서 하룻밤을 보낸 김 전 대표는 이날 전남 여수 재래시장과 엑스포를 둘러본 뒤 영호남 화합의 상징인 화개장터로 이동해 지역균형 발전과 지역감정 해소의 메시지를 담았다.

김 전 대표는 여수 수협공판장에서 어민 간담회를 열어 "미친 짓 하는 북한 김정은이 언제 핵폭탄을 쏘라고 할지 모르니 방어해야 한다"면서 "미사일이 땅에 떨어지기 전에 요격해서 쏘는 가장 최신 무기가 미국 사드로서 절대 반대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김 전 대표는 "그러나 갈등이 생겼을 때 정치지도자들이 현장을 쫓아가서 돌팔매를 맞아도 지역 주민을 상대로 설명해야 하는데 그 게 잘안됐다"면서 "배낭여행 하면서 성주에 한 번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의 페이스북에는 "학창 시절 배웠던 윤선도의 오우가에서 사시사철 푸르른 대나무는 불욕(不欲)을 상징한다"면서 "욕심이 모든 재앙의 근원이며, 마음 비우기가 참 어렵다는 것을 다시금 느껴본다"고 적었다.

(서울·여수연합뉴스) 안용수 배영경 기자 aayy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