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에 항공관광시설 조성…"제재 영향 없다" 과시 목적

북한 매체가 새로 조성한 항공관광시설을 이용해 평양 상공 관광에 나서는 주민들의 모습을 내보내면서 체제 선전에 나섰다.

북한 조선중앙TV는 3일 '미림항공구락부(클럽) - 날으자 하늘길로'라는 제목의 12분짜리 방송 영상에서 "미림항공구락부를 찾는 손님들과 함께 즐거운 관광비행의 이모저모를 살펴보겠다"며 이 시설을 상세히 소개했다.

방송에 따르면 시설은 여러 대의 관광용 경량 비행기와 활주로, 유도로, 상가식 정류장, 봉사소, 야외관람대, 사무실 등으로 구성됐다.

건물 1층에 관광객 대기실, 2층과 3층에는 식당이 들어섰다.

손님들은 1층 대기실에서 비행용 복장으로 갈아입고 안내에 따라 비행사가 조종하는 비행기에 탑승해 관광한다.

방송은 관광객이 조종법 강습을 듣고 비행사와 함께 직접 연습기를 조종해보는 프로그램도 있다고 전했다.

방송은 "관광비행은 매해 초봄부터 늦가을까지 진행하며 고정된 비행항로에 의한 관광비행과 주문자의 요구에 따른 주문 관광비행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5월1일경기장, 옥류교, 주체사상탑, 미래과학자거리 등을 둘러보는) 고정된 비행항로에 의한 관광시간은 40분 정도"라면서 "주문관광은 두루섬, 남포시 상공을 통과해 서해갑문을 부감하고 돌아오는데 비행시간은 2시간 정도"라고 덧붙였다.

방송은 실제 비행을 즐기는 관광객들과 올해 18세인 여성 비행사의 모습, 하늘에서 바라본 평양 시내의 모습 등을 소개하기도 했다.

한 북한 주민은 "처녀 비행사가 타는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날아 보면서 정말 우리의 기술, 우리의 힘으로도 얼마든지 세계를 압도할 수 있다는 심정"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방송은 "원수님(김정은)께서는 인민들이 땅 위에서 만이 아니라 하늘에서도 행복하고 문명한 생활을 누리게 하시려 관광비행의 새 역사를 펼쳐주시고 초경량 비행기를 우리식으로 만들어 훌륭히 제작하도록 현명하게 이끌어 주시었다"고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찬양하기도 했다.

방송이 시설의 구체적 위치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건물 외관과 명칭을 고려하면 평양 미림승마장 인근에 조성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구글이 제공하는 위성 이미지 서비스인 '구글 어스'(Google Earth)에 공개된 사진에서 미림승마장 바로 옆에 경비행장이 신축된 모습이 포착된 바 있다.

북한이 이러한 방송을 내보낸 배경에는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 제재에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점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hapyr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