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지방자치단체의 방만한 재정운용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데도 정치권에서 지자체에 중앙정부 재정을 더 ‘퍼주자’는 법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정부의 예산편성, 재정운용 등 예산 재량권을 축소하는 법안도 제출돼 국회의 기능이 지나치게 커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일 중앙정부가 총 내국세의 19.24%를 지방교부금으로 떼어주는 현행법(지방교부세법)을 바꿔 24%까지 확대하자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올해 기준(총 내국세수 예상액 224조4000억원)으로 중앙정부가 지자체에 교부금으로 10조4000억원을 추가로 나눠줘야 한다.

같은 당 김민기 의원도 이에 앞서 지방교부세율을 19.24%에서 22.00%로 인상하는 내용의 법안을 지난달 발의했다. 같은 당 김영진 의원과 김병욱 의원도 각각 21.24%와 20.00%로 올리는 법안을 내놨다. 정부 관계자는 “중앙정부에 지자체 예산 감시기능도 없는 상태에서 재정 지원만 늘리면 방만 운용 위험만 커진다”고 우려했다.

정부의 예산 재량권 감시를 강화하는 법안도 잇따라 발의됐다. 김태년 더민주 의원은 정부 예산을 통제하는 내용의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예산배정 내용과 예산 배정이 지연되는 사업이 있으면 그 이유도 국회에 보고하는 것이 골자다. 또 정부가 예비비사용계획서를 국회에 매월 제출하고 정부의 현물출자도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지금은 정부가 예비비 지출 내용을 연 단위로 사후에 제출하고 있다. 현물출자는 국회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도 지난달 현물출자도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김현미 더민주 의원은 기획재정부 장관이 집행 계획이 확정된 곳에만 예산을 배정할 수 있는 사업(수시배정 사업)에 대해 정부가 분기별로 예산 배정 내용을 국회에 제출하도록 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광수 국민의당 의원은 예비비로 부처 홍보비를 쓸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회의 지나친 예산권 감시는 재정의 효율성을 떨어트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