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30명 요청있으면 前 대통령 등 김영란법 위반 수사가능"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수사대상에 일명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사례를 포함하기로 했다.

더민주 민주주의회복 태스크포스(TF) 간사인 박범계 의원과 국민의당 법률위원장인 이용주 의원은 3일 오전 비공개로 만나 두 야당이 이번 주 공동 발의할 예정인 공수처 신설 법안에 이런 내용을 넣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야권의 이번 공수처법이 통과된다면, 국회의원 10분의 1 이상의 요청이 있을 경우 공수처가 고위공직자의 김영란법 위반 혐의를 수사할 수 있게 된다.

두 야당은 전날 공동 추진 중인 공수처법 내용 대부분에 대해 합의를 이뤘다.

수사범위는 고위공직자와 그 가족(배우자, 직계존비속, 형제자매)으로 하되 전직 대통령에 대해서만 4촌이내의 친족까지 포함하기로 했으며, 재적 국회의원 10분의 1 (20대 국회 기준 30인) 이상의 연서가 있으면 수사가 시작되도록 했다.

다만 이들은 수사대상이 되는 범죄의 종류를 두고는 공무원 직무에 관한 죄·횡령·배임·정치자금법·변호사법 등에 더해 김영란법을 포함할지를 두고 이견을 보이면서 추가로 논의를 거치겠다고 밝혔다.

더민주는 수사대상에 김영란법 위반 범죄까지 포함한다면 공수처 조직이 필요 이상으로 방대해질 우려가 있다면서 부정적 입장이었지만, 국민의당은 철저한 공직사회 기강확립 차원에서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이와 관련해 이 의원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더민주의 우려도 일리가 있지만, 이미 김영란법이 사회적으로 널리 인정이 되고 있는 상황이 아니냐"며 "당연히 공수처가 바로잡아야 할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

두 야당이 최종적으로 이런 의견에 합의를 이룬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야당은 마지막 쟁점에서 합의를 이룬 만큼 세부 문구 조정을 거친 뒤 이번주 안에 법안을 제출할 전망이다.

더민주의 경우 국민의당과 달리 김영란법 위반 범죄를 포함할지 내부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만큼, 박 의원이 소속 의원들을 상대로 설명하는 절차를 거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서는 의원들의 의뢰에 따라 수사를 개시하는 공수처에 지나치게 강력한 권한을 몰아주면서 오히려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야권 관계자는 "법안에 따르면 의원들 30명이 요청을 하면 전직 대통령 4촌의 김영란법 위반까지 공수처의 수사 범위에 들어온다"며 "김영란법에 대해 자의적 법 집행 우려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공수처가 지나치게 세세한 것까지 수사를 하면서 자칫 정부 고위관료들에 대한 '압박용 수사'를 한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hysu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