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공수처·어버이연합·백남기·서별관회의 '정면대치'
野3당 공조로 무력시위…與 "다수 야당 횡포 시작" 강력 반발
접점 희박해 여야 협상 난망…10일 추경 처리 무산 가능성

불볕더위가 계속되는 정치 하한기이지만 각종 현안을 놓고 여야가 전방위로 충돌하면서 정국이 급격히 경색되고 있다.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 활동 연장,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경찰 물대포에 맞아 중태에 빠진 백남기 씨 사건, 전경련의 어버이연합 지원 의혹, 정부의 대우조선 구조조정 실기 의혹 등을 둘러싸고 양보없는 기 싸움을 벌이고 있어 여야 간 전면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 유아 무상보육(누리과정) 예산 부담 주체 등을 놓고도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무엇보다 야권 3당이 3일 이 같은 현안을 연결고리로 공조에 나서면서 여권 대(對) 야권으로 전선이 명확하게 나뉨에 따라 여야가 겉으로 내걸어온 '협치' 역시 사실상 생명이 끝났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으로 정기국회와 대선 정국이 가까워올수록 여야 간 대치 전선은 더욱 가팔라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은 이날 원내대표 회동을 통해 ▲세월호특조위 기간 연장 ▲공수처 신설을 위한 검찰개혁특위 구성 ▲사드대책특위 구성 ▲5·18 민주화운동 비방 행위를 처벌하는 5·18 특별법 개정안 처리 ▲내년 누리과정 예산의 중앙정부 부담 상향 ▲백남기 청문회 실시 ▲서별관청문회 실시 ▲어버이연합 청문회 실시 등을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야 3당이 서별관 회의 청문회를 추가경정예산안 처리와 연계하고 나섬에 따라 오는 10일 예정된 '원포인트' 본회의도 무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 더민주는 세월호특조위 기간 연장을 촉구하며 이날부터 광화문 광장에서 소속 의원들이 릴레이 단식에 들어가는 등 오랫동안 자제해왔던 '장외 정치'마저 재개했다.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회동에서 "검찰 개혁과 세월호 특조위 활동 연장, 백남기 농민 사태 진상 규명 등의 현안을 새누리당은 계속 피해 다니기만 한다"면서 "국정을 책임진 정부·여당이 하고 싶은 것만 해 먹고 양보만 요구하며, 정작 해결해야 할 대안을 피해간다면 정부가 어떻게 정상 운영되겠느냐"고 말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추경과 관련한 서별관 청문회는 어떤 경우에도 양보할 수 없다"면서 "누리과정, 백남기 청문회, 어버이연합 문제도 야 3당이 논의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공수처 설치와 관련된 법안을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면서 "세월호특조위 활동 보장과 백남기 청문회 등에 대해 여당이 성의 있는 태도를 안 보이면 이 나라를 1㎝도 움직일 수 없다.

추경 처리도 1㎝도 앞으로 갈 수 없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이 같은 야권의 움직임에 강력히 반발했다.

야권 3당이 공조를 통해 완력으로 소수 여당을 압박하고 나선 것은 협치 정신을 깬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 이 같은 요구를 추경 처리와 연계한 부분은 전형적인 '구태 정치'라고 지적했다.

특히 세월호특조위 기간 연장은 법 위반인 만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고, 나머지 요구 사항에 대해서도 상당히 부정적이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전주 화산체육관에서 열린 전당대회 제2차 합동연설회에서 "다수 야당의 횡포가 시작됐다"면서 "의회 권력을 가졌다고 해서 민생과 경제는 안중에도 없는 야당의 그 고질병이 또 도진 것"이라고 비난했다.

정 원내대표는 "국정을 책임진 집권 여당의 원내대표로서 민생과 경제를 외면하는 야당의 부당한 요구에 당당하게 맞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여당과 얘기해 실마리를 풀 생각은 하지 않은 채 야 3당이 공조하면서 자기들 주장만 갖고 압박하는 것"이라며 "협치를 외치던 야당이 본색을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또 "추경 필요성을 먼저 꺼내 든 야당이 막상 추경안이 제출되자 여당이 수용하기 곤란한 요구를 봇물 터지듯 쏟아낸다며 "구태를 반복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명재 사무총장도 통화에서 "야당도 경기 회복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필요하다고 해서 나온 게 추경인데 다른 것 때문에 발목 잡히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