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비판론에 "고추밭 갔다면서 오히려 마음은 콩밭인가"
朴대통령-TK초선 면담 그대로 추진하며 '전대개입론' 차단
시도지사 간담회 등도 내부 검토…지역 민심청취ㆍ민생행보 계속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대구ㆍ경북(TK) 지역 초선의원들간 면담 추진을 놓고 당내에서 전당대회 개입 논란이 불거지자 청와대가 불쾌함을 드러냈다.

박 대통령이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결정과 관련해 TK 의원들을 만나 지역 민심을 청취하는 의미인데 당내에서 전대와 관련한 정치행위로 규정짓는 목소리가 나오자 "왜 전대 개입론으로 몰아가느냐"고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박 대통령이 전날 국무회의에서 부모를 흉탄에 잃은 비극적 가정사까지 언급하면서 "사드 배치 문제를 비롯한 여러 지역 현안들에 대해 민심을 청취하고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 나가기 위해 지역의 대표인 국회의원들과 단체장들을 직접 만날 것"이라고 설명했음에도 의혹을 부풀리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3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TK 초선들과의 면담에 대해 "전대와 무슨 관계가 있는가.

전대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는가"라고 반문하며 "그것은 국정 현안에 대한 민심을 청취하기 위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사드 문제 해결의 전기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지역 의원들을 만나 허심탄회하게 민심을 듣겠다는 취지인데 왜 전대와 연관시켜서 몰아가는지 이해가 가지 않고 기가 막히다"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도 "대통령이 TK 초선의원을 만나 전대와 관련한 메시지를 준다고 정치적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

그렇게 생각하면 TK의원 면담은 특정후보 진영에 도움이 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손해되는 일"이라며 "대통령의 국정운영 행위를 전대개입 프레임으로 가두려는 의도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특히 여권 잠룡 중 하나인 김무성 전 대표가 이날 광주에서 5·18 국립묘지를 참배한 뒤 기자들과 만나 "무슨 말씀을 하실지 모르겠지만 전대를 앞두고 대통령께서 특정 지역 의원들을 만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발언하자 청와대는 공개 대응을 하진 않았지만, 내부에선 비판론이 제기됐다.

한 관계자는 "김 전 대표가 오히려 박 대통령의 국정행위를 전대 선거용으로 활용하려 하는 것 아닌가"라며 "박 대통령이 진정성을 갖고 국무회의에서 사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얘기했는데 '대통령 때리기'를 하려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대권 행보에 나선 김 전 대표가 전날 전남 벌교의 한 농가에서 고추농사를 체험한 것을 언급하면서 "몸은 고추밭에 두고 오히려 마음은 콩밭에 가 있는 모양"이라며 김 전 대표가 비박계 당권 장악을 위해 오히려 이번 면담을 역이용하는 게 아니냐는 불만을 나타냈다.

청와대는 TK 의원 면담에 정치적 고려가 전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어 박 대통령은 조만간 TK 지역 새누리당 초선의원들과 만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4일 또는 5일로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TK 초선들의 면담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금주를 넘기면 참석 대상자들의 일정을 처음부터 다시 맞춰봐야 해 8·9 전당대회 이후로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는 전언이다.

참석 대상은 TK 초선의원들과 사드 배치가 결정된 경북 성주를 지역구로 둔 재선의 이완영 의원 등이다.

박 대통령은 아울러 사드와 대구 군공항 이전 등의 지역별 갈등현안 해결을 위해 이번 초선의원 면담은 물론 시도지사 간담회 개최를 검토하는 등 민심 청취에 초점을 맞춘 민생 행보에 주력할 예정이라고 청와대 측은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윤섭 강건택 기자 firstcirc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