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억 시범사업에 정부 과도한 반응"…"선심성 정책에 단호한 대응"
정부 직권취소로 사업 중단되면 지원 대상 청년 불만·혼선 우려

일자리 없는 절박한 청년들에게 사다리를 놔주는 긴급 처방이냐 도덕적 해이냐.
서울시 청년수당 사업이 중앙정부 반대에 부딪혀 결국 법정으로 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3일 청년활동지원사업(청년수당) 최종 대상자 3천명을 선정하고 본격 시작한다고 밝혔다.

약정서 동의를 한 2천831명에게 우선 활동지원금 50만원 지원을 시작했다.

청년수당은 미취업 서울 청년에게 최장 6개월간 월 50만원의 활동비를 현금으로 주는 제도다.

서울시는 경기침체로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들에게 청년수당이 사회적 안전망이 돼주고 사회진입을 촉진하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주장한다.

현재 청년들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아르바이트 등 불안정한 일자리를 얻게 되고, 그러다보니 제대로 취업준비를 할 수 없어 좋은 일자리를 잡지 못하는 악순환에 빠져있다고 진단했다.

서울시 20대 청년 144만명 중 50만명이 장기미취업, 불안전고용 등 사회안전망 밖에 있는 비상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한 새터민 청년은 청년수당 신청서에 "탈북보다 아르바이트 탈출이 더 어렵다"고 호소할 정도라는 것이다.

고용보장패키지 등 중앙정부의 정형화된 프로그램은 청년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 서울시 평가다.

정부가 2조 1천억원을 투입했지만 성과가 없다는 것이다.

청년수당은 지난해 11월 서울시 발표 직후부터 여야 입장차가 극도로 갈리는 민감한 이슈였다.

복지부는 서울시 발표 후 청년수당은 신설 복지정책으로, 협의 대상이라고 제동을 걸고 나섰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청년'이 주요 의제로 떠오르며 여권 주요 인사들로부터 집중 포화를 받기도 했다.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포퓰리즘적 복지사업"으로 규정했고, 올해 초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악마의 속삭임'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맹비난했다.

서울시는 복지부 입장을 수용해 협의했다.

총선이 끝나며 분위기도 선회해 정부가 수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으나 결국 '부동의' 결과를 받았다.

서울시는 실무선에서 합의했는데 몇 시간 만에 복지부 입장이 뒤집혔다며 '윗선' 개입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서울시가 이날 대상자를 발표하자 복지부는 예고대로 즉각 청년수당 대상자 결정 처분을 취소하라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청년수당이 내용이나 절차 면에서 문제가 크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사회보장기본법에 따라 복지부와 협의되지 않은 사업은 '조정' 절차를 이행해야 하지만 서울시는 이 같은 절차를 밟지 않고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며 "서울시가 협의 기준에 맞지 않아 복지부가 부동의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사회보장기본법 위법"이라고 밝혔다.

청년과 같이 근로능력이 있는 계층은 적극적 구직활동이나 취업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훈련 참여를 전제로 지원해야 한다는 고용정책 원칙에 어긋난다고 복지부는 지적했다.

무엇보다 구직활동을 벗어난 개인 활동까지 무분별하게 현금을 지급하면 도덕적 해이를 초래한다고 비판했다.

청년수당 선정 결과 발표 직전인 2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최종적으로 박원순 시장은 청년수당 필요성을 주창했으나 "절벽을 마주한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박 시장과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장관은 평행선을 달리는 각자 입장을 되풀이한 채 토론을 끝냈다.

청년수당 사업 논란은 법정으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법령 위반 여부를 다투게 된다.

서울시는 복지부 시정명령을 따르지 않겠다고 밝혔다.

복지부도 곧 직권취소를 내리겠다는 입장이다.

복지부는 시정명령 이행 결과를 4일까지 보고하도록 해 이후 절차가 속전속결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직권취소가 내려지면 서울시는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

서울시는 곧바로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고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낼 계획이다.

지자체장은 취소·정지 처분에 이의가 있다면 처분을 통보받은 지 15일 이내에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직권취소로 청년수당 사업이 중단되면 상당한 혼란이 우려된다.

예상되는 일이었다고 해도 대상자로 선정된 청년들의 반발은 당연해 보인다.

더군다나 서울시가 예상외로 대상자 선정과 동시에 첫 달 수당을 지급하면서 상황은 더욱 복잡하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의 기습에 첫 달 지급부터 막겠다던 복지부 계획이 어그러지며, 이미 받은 수당을 환수하는 문제와 아직 받지 못한 일부의 불만 등이 겹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는 연간 예산 90억원 규모의 시범사업을 두고 정부가 과도한 반응을 보인다면서 지자체 정책을 지켜보고 좋으면 채택해 전국으로 확산하면 되는데 지방정부 기능을 무시한다고 비판했다.

복지부는 지자체 선심성 사업의 확산, 법령 위반 사항은 앞으로도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기자 mercie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