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남전단 한강 유포시도·난수방송 재개 등에 촉각

군 당국이 북한의 지뢰 도발(8월4일) 1주기를 앞두고 북한군의 저강도 도발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분계선(MDL)과 비무장지대(DMZ)에서 도발 징후로 보일만한 움직임은 아직 포착되지 않았지만, 북한이 대남전단을 한강으로 띄워 보내고 2000년에 중단했던 남파 공작원 지령용 난수(亂數) 방송을 16년 만에 재개하는 특이한 동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군의 한 관계자는 30일 "북한은 매년 8월 한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앞두고 지·해상에서 군사훈련을 한다"면서 "이러한 훈련을 틈타 도발을 해 온 사례가 많아서 북한군의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군은 특히 지난 22일 김포시 인근 한강과 28일 중부전선 한탄강 일대에서 북한의 대남전단이 잇달아 발견된 것에 대해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이들 전단은 모두 북한지역에서 강으로 띄워 보냈다.

대형 비닐 풍선을 이용해 공중으로 대남전단을 살포했던 것과 다른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이번에 한강과 한탄강 일대에서 발견된 북한 전단은 내용이나 재질, 인쇄 상태가 조잡해 심리전 수단으로서 가치는 없다는 것이 군 관계자들의 반응이다.

이 때문에 북한이 실제 도발을 위한 사전 준비 차원에서 강으로 전단을 흘려보낸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이 황해북도 개풍군 조강리와 개풍군 임한리 관산포에서 띄운 대남전단 비닐봉투가 남측 지역까지 떠내려가는 데 걸리는 유속을 측정하고,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곳까지 흘러갈 수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의도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 군 내부에서도 북한이 이런 의도를 가지고 전단을 흘려보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비공개를 주장하는 의견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1년 전 지뢰 도발처럼 원인 제공자를 즉각 파악하기 어렵게 하는 저강도 도발을 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한강 일대에서 폭발물이 터지거나 치명적인 위해 물질로 상처를 입을 수도 있으므로 경각심 차원에서 공개를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군과 정보 당국은 내달 중순 실시되는 UFG 연습을 앞두고 북한의 난수 방송이 갑자기 재개된 것에 대해서도 정밀 분석 중이다.

남한지역에서 활동하는 북한 공작원에게 모종의 임무를 하달하거나, 공작원을 남파하는 활동의 일환일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정보 당국의 한 관계자는 "북한의 난수 방송 재개 의도에 대해 지금 상황에서 단정적으로 말할 단계는 아니다"면서 "다양한 의도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정밀히 분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 평양방송은 29일 정규 보도를 마친 0시 45분(한국시간 오전 1시15분)부터 12분간 여성 아나운서의 목소리로 "지금부터 27호 탐사대원을 위한 원격교육대학 수학 복습과제를 알려드리겠습니다"라며 "459페이지 35번, 913페이지 55번, 135페이지 86번…"과 같은 식으로 다섯 자리 숫자를 읽었다.

이에 박수진 통일부 부대변인은 28일 정례브리핑에서 "난수 방송이 지금 통일부가 파악한 바로는 세 차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북한이 이런 구태의연한 행태를 빨리 지양했으면 하는 것이 우리의 바람"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three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