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방지 규범' 환영받다 부작용 논란으로 심판대 올라

이른바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 금지법은 제정 당시부터 사회 전반에 메가톤급 파장을 일으켰다.

적용 대상이 공직자 외에 민간 영역까지 광범위하다는 점에서 '과잉 입법'이 아닌지, 청탁·금품수수의 허용 또는 규제 기준이 모호해 일상생활에서 '도덕 사찰'이 일반화되는 게 아닌지 등의 우려가제기됐다.

그러나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공직자 및 공적 역할을 하는 직역의 공정한 직무 수행을 보장하기 위한 법 자체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결국 김영란법은 팽팽한 찬반 양론 속에 거듭 수정 과정을 거쳤다.

공직사회는 물론 사회 여러 분야에 거대한 파급력을 가진 법안이다 보니 내용이 바뀌기도 여러 차례였고, 국회를 통과하기까지만 900일이 넘게 걸렸다.

2012년 8월 16일 국민권익위원회는 김영란법 제정안을 발표했다.

공직자가 100만원을 넘는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대가성이 없어도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는 게 골자였다.

제정부터 논란이 거세게 일자 이듬해 7월 정부는 국무총리 중재로 조정안을 마련했다.

직무나 직위와 관련된 금품을 받은 공직자를 형사처벌하는 조항이 추가됐지만, 직무 관련성이 없는 금품 수수에 대해서는 과태료만 부과하도록 해 '후퇴' 논란이 일었다.

수정된 정부 입법안은 2013년 7월 말 국무회의를 통과해 국회에 제출됐지만, 여야 이견으로 논의가 그다지 진전되지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4년 6월 정의화 당시 국회의장과 만나 김영란법의 처리를 부탁하기도 했으나, 그해 12월 정기국회까지도 처리가 되지않았다.

지난해 1월 국회 정무위 법안소위에서 통과되면서 법안은 다시 수정됐다.

공직자 본인은 동일인으로부터 1회에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수수하면 직무 관련성과 무관하게 형사처벌되는 내용이 담겼다.

100만원 이하의 금품수수에 대해서는 직무관련성이 있는 경우에만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애초 정부안에는 없었던 언론사나 사립학교 종사자까지 제재 대상에 포함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3월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까지 통과했지만, 이틀 만에 대한변호사협회를 비롯해 헌법소원이 이어지면서 이 법의 운명은 다시 '안갯속'에 빠졌다.

4건의 헌법소원을 병합해 심리한 헌법재판소는 국민 생활에 미치는 파급력을 고려해 지난해 12월 공개변론을 열어 각계 의견을 듣는 등 신중하게 검토했다.

박한철 헌재소장은 올해 3월 신문방송편집인협회 토론회에서 "9월 법 시행 전 심리를 마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9명의 현인'이 내릴 결정에 세간의 이목이 쏠렸다.

권익위가 올해 5월 시행령 제정안을 발표하고 최근 '해설서'가 공개된 이후에도 규제 대상의 적절성, 규제 내용의 모호성을 둘러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처럼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군 김영란법이 제정 5년 만에 9월28일 시행을 앞둔 가운데 28일 헌법재판소가 최종적으로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song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