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옥 "'계파 모임' 우려"…이진곤 "勢과시·票단속은 위험"
徐 "그런 취지 아니니 걱정 말라"…일각선 "김무성도 했는데"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 '맏형'인 서청원 의원이 27일 자신의 당권 도전을 요청했던 의원 50여명을 초청, 대규모 만찬 모임을 하는 것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서 의원은 자신을 지지한 의원들에 대한 답례와 불출마에 따른 사과 차원이라고 설명하지만, 8·9 전당대회 후보 등록을 불과 이틀 앞둔 시점에 친박계를 중심으로 대거 모이는 게 공교로운 것도 사실이다.

특히 당 지도부의 입장이 곤혹스러워졌다.

계파 모임으로 비치기 십상인 이날 회동을 잠자코 두고 보자니 그동안 외쳐 온 '계파 청산' 구호가 궁색해지고, 현역 최다선(8선)인 당의 '최고 어른'이 나름의 명분을 갖고 치르는 행사를 정색하고 문제 삼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김희옥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서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만찬이 특정 계파의 모임 성격으로 변질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는 의견을 피력했다고 복수의 여권 관계자가 이날 연합뉴스에 전했다.

전대가 친박계와 비박(비박근혜)계의 계파 대결로 흐르는 듯한 양상을 보이자 김 위원장은 지난 18일 "계파 대립과 편 가르기는 단호하게 근절되고 종식돼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 의원이 친박계 의원들을 대거 초청한 만찬 회동을, 그것도 전대 공식 선거운동이 임박한 가운데 여는 것은 '참외밭에서 신발 끈을 고쳐매는 행동'이라는 것이다.

이진곤 당 중앙윤리위원장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단순한 친목 모임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지만, 이게 자칫 전대를 앞둔 계파의 세(勢) 과시라든지, 표(票) 단속이라든지, 이런 식으로 가면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하필 오해살 수 있는 이런 때 공문까지 보내 소속 의원들을 대거 부르면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 장면"이라며 "안 하는 편이 좋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 의원은 모임의 취지가 순수한 만큼, 이를 곡해하는 의견에 떠밀리듯 행사를 취소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김 위원장에게도 "계파 관련 얘기는 아예 안 할 테니, 그런 걱정은 안 하셔도 되겠다"고 우려를 불식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만찬에 비박계로 분류되는 몇몇 의원도 참석할뿐더러, 50여 명이나 모인 자리에서 드러내놓고 '계파 패권주의'로 들릴 만한 언행을 할 리도 없다는 게 서 의원 측의 설명이다.

전대 후보 등록을 앞두고 열리는 이날 만찬이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서 의원은 "전대에 관여하는 발언은 할 수도 없고, 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여권 핵심 관계자에게 다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친박계 일각에선 이날 만찬을 문제 삼는 쪽이 오히려 문제라는 인식도 보이고 있다.

모든 사안을 계파적 시각에서 재단하니 순수한 친목 모임까지 계파 모임으로 둔갑시킨다는 것이다.

더구나 김무성 전 대표가 지난 14일 전대 승리 2주년을 기념해 지지자 1천500명을 모아 대규모 행사를 치른 마당에 서 의원만 문제 삼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친박계 재선 의원은 "공공연하게 '비박계 지지' 발언을 하고,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하는 행사를 치른 김 전 대표야말로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며 "자신을 지지해준 사람들에게 밥 한 끼 사는 건 인간적인 도리를 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배영경 기자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