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가 개원 두 달도 채 안 돼 1000건이 넘는 법안을 쏟아냈다. ‘입법 폭주’라는 비판을 받은 19대 국회보다 30% 더 빠른 속도다. 기업의 채용, 사업영역, 지배구조까지 개입하는 이른바 ‘경제민주화’ 관련 기업 규제 법안이 전체의 10%가 넘는다. ‘여소야대’ 구도로 통과 가능성도 높아져 ‘국회발(發) 규제폭포’에 대한 경제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두 달 동안 법안 1000건 쏟아낸 20대 국회
25일 국회사무처가 20대 국회 개원(5월30일) 이후 이날까지 접수한 의원 발의 법안은 1008건에 달했다. 하루평균 20~30건씩 새 법안이 올라온 셈이다. 17대 국회에서는 개원 후 법안 1000건을 발의하는 데 303일이 걸렸다. 18대는 132일, 19대는 77일로 줄더니 20대 국회는 57일 만에 기록을 갈아치웠다.

국회의원이 법안을 많이 내는 건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실적을 쌓기 위한 ‘한건주의’ 발의가 많고, 재정건전성 검토도 사실상 전무해 양(量)과 질(質) 모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업 규제 법안뿐 아니라 유통, 정보기술(IT) 등 특정 업종 규제 법안도 속출하고 있다.

홍완식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의원 발의안은 타당성 검증이나 규제 심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규제의 해방구’가 되지 않도록 의원 입법의 품질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제신문이 20대 국회 개원 이후 발의된 법안을 분석한 결과 119개 법안이 기업 활동을 규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절반이 넘는 69개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주승용 국민의당 의원은 가장 많은 기업 규제 법안(8개)을 대표발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동철 국민의당 의원(6개)과 박영선 이인영 박용진 한정애 더민주 의원(5개) 순으로 많았다. 기업 규제 법안 119개 중 대부분(108개)은 기존 법률을 고치는 개정안 형식으로 발의됐다.

임현우/장창민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