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사드·남중국해' 매개 한미일 견제…北 제재균열 노려
정세변화에 소통강화…핵문제 이견, 관계 정상화 전망 성급

북한과 중국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 아세안(ASEAN) 관련 연쇄회의가 열리는 라오스에서 연일 밀착 행보를 과시했다.

전날 라오스에 같은 비행기를 나란히 타고 도착한 후 같은 숙소에 여장을 풀었던 북한 리용호 외무상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25일 비엔티안의 국립컨벤션센터(NCC) 회의장에서 회담했다.

ARF 무대에서 북중이 외교장관 회담을 개최한 것은 2014년 미얀마에서의 회동 이후 2년 만이다.

지난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는 극도로 악화된 북중관계 여파로 북중 외교수장간 만남이 불발됐다.

따라서 이번 회동은 만남 자체가 북중간 관계개선 흐름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리수용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의 면담 이후 북중간 전략적 소통이 이어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한미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 결정과 남중국해를 둘러싼 미중 갈등 격화가 북중간 '전략적 이해'의 공간을 넓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으로서는 북한을 끌어안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미국과 일본은 물론 한국에 대해 '견제' 메시지를 보내고, 고립위기에 처한 북한은 중국을 등에 업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공조 균열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북중은 이 같은 필요에 의해 ARF 무대에서 밀착 분위기를 의도적으로 연출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중은 비공개로 진행된 본 회담에 앞서 회담 일부를 언론에 공개했다.

과거 북중간 회담에서 비록 앞부분이지만 언론에 공개하는 것은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이례적이었다.

회담에서 왕 부장은 지난 5월 제7차 당대회 이후 취임한 리 외무상의 취임을 축하하고 "중조 관계발전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할 용의가 있다.

중조 관계를 비롯한 공동 관심사로 되는 문제에 대해서 깊이 있는 의견을 교환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리 외무상은 "중조 친선을 위해 앞으로 적극 협력하는 외교관계를 맺고 싶다"고 말했다.

또 회담 시작전 왕 부장은 회담장 밖에서 리 외무상을 맞으며 악수를 청했고, 회담장으로 들어가면서 리 외무상의 등에 손을 올리는 스킨십을 보이기도 했다.

회담 직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대표단 대변인'으로 자신을 소개한 북측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이번 접촉은 두 나라 사이의 정상적인 의사소통의 일환으로 진행된 것"이라며 "그래서 두 나라 외무상들이 조중 쌍무관계 발전 문제를 토의했다"고 밝혔다.

북중간에 소통이 정상화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이며, 향후에도 북중간 더욱 활발한 고위급 교류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북중의 보여주기식 밀착과 달리 비공개 회담에서는 핵문제 등 각종 현안에 대해 서로의 팽팽한 입장을 재확인했을 것으로 보인다.

북중간 소통강화는 이뤄지고 있지만 북중관계 정상화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얘기다.

중국은 사드나 남중국해를 둘러싼 한국과 미국 등과의 갈등에도 북핵 불용과 비핵화 원칙을 강조했을 것으로 보인다.

왕이 부장은 전날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의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도 북핵 비핵화 원칙과 안보리 결의의 철저한 이행 의지를 재확인한 바 있다.

또 북한의 5차 핵실험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왕이 부장은 한반도 정세 안정이라는 표현으로 북한의 전략적 도발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맞서 리 외무상은 동북아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수호할 용의가 있다면서 기존의 '사실상 핵보유국' 주장을 되풀이했을 것으로 보인다.

대북제재 완화를 염두에 둔 중국 측의 협력을 우회적으로 요구했을 수도 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북중이 이전보다 훨씬 고위급 간 소통을 강화하는 모습이지만 북중관계가 확 달라질 것으로 전망하는 것은 성급하다"면서 "북핵 문제 등으로 중국 입장에서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북한을 그냥 끌어안기는 어렵고, 북한이 자신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않는 범위내에서 관리하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ㆍ비엔티안연합뉴스) 이귀원 김효정 기자 kimhyo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