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발표…"시장화 파악못해 정확하지 않다" 주장도
남북한 1인당 소득격차 22.2배로 확대…북한 대외교역 급감

북한 경제가 지난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북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대비 1.0%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22일 밝혔다.

이에 따라 2012년 김정은 정권이 집권하고 나서 처음으로 경제가 뒷걸음질한 것으로 분석됐다.

북한과 남한의 1인당 소득 격차는 2014년 21.3배에서 지난해 22.2배로 확대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 경제의 시장화 진전 등을 감안할 때 지난해 경제가 성장한 것으로 볼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 북한 광공업·전기가스수도업 부진…대외교역 17.9% 감소
한은의 북한 경제성장률 통계가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는 5년 만이다.

북한 경제는 2009년(-0.9%)과 2010년(-0.5%)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였지만 2011년 0.8%, 2012년 1.3%, 2013년 1.1%, 2014년 1.0%로 4년 연속 플러스 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해 성장률 추정치(-1.1%)는 2007년(-1.2%) 이후 8년 만에 최저치다.

한은은 지난해 북한의 건설업 성장세가 확대됐지만, 농림어업, 광공업, 전기가스수도업이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산업별로 보면 광업은 철광석, 마그네사이트 등의 생산이 줄면서 2.6% 감소했고 제조업은 경공업과 중화학공업의 생산이 모두 부진함에 따라 3.4%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기가스수도업은 12.7%나 급감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가뭄으로 북한의 수력발전량이 줄면서 철강, 기계 등의 생산도 부정적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농림어업의 성장률도 2014년 1.2%에서 지난해 마이너스(-0.8%)로 전환됐다.

축산업과 어업은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벼, 옥수수 등 곡물 생산량은 가뭄 때문에 줄었다.

반면 건설업은 건물건설과 토목건설이 모두 늘면서 4.8% 증가했고 서비스업은 정부서비스, 도소매업, 통신업 등을 중심으로 0.8% 성장한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해 북한의 명목 국민총소득(GNI)은 34조5천억원으로 한국의 2.2% 수준으로 집계됐다.

1인당 GNI는 139만3천원으로 201년(138만8천원)보다 늘었지만 한국의 4.5% 수준에 그쳤다.

북한과 남한의 1인당 GNI를 비교하면 2014년에는 남한이 북한의 21.3배 수준이었지만 작년에는 그 비율이 22.2배로 높아졌다.

지난해 북한의 상품 수출과 수입을 합한 대외교역 규모는 62억5천만 달러(남북교역 제외)로 전년(76억1천만 달러)보다 17.9% 급감했다.

지난해 국제적으로 철광석 등의 광물 가격이 하락하고 중국의 무연탄 수입 등이 줄어든 영향을 받았다.

북한의 수출액은 27억 달러로 전년대비 14.8% 감소했다.

섬유류는 5.3% 늘었지만, 광물성 생산품은 14.7% 줄었다.

수입(35억6천만 달러)은 광물성 생산품과 섬유류를 중심으로 20.0% 급감했다.

남북한의 대외무역 규모 격차(남한교역규모/북한교역규모)는 지난해 154.1배로 2014년(144.3배)보다 확대됐다.

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남북교역량은 전년보다 15.7% 늘어난 27억1천만 달러로 집계됐다.

◇ 북한GDP 추정 얼마나 정확할까…"시장화 파악에 한계" 지적도
한은은 1991년부터 매년 북한 경제성장률 추정치를 발표하고 있지만, 정확성을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5월 우리나라 GDP 통계가 디지털경제의 확대 등으로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며 새로운 지표를 개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국가로 꼽히는 북한 경제를 제대로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북한은 대외적으로 경제성장률 등 각종 경제 통계를 공표하지 않고 있고 외부 세계가 북한경제에 관해 획득할 수 있는 자료는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한은도 국가정보원, 코트라(KOTRA) 등으로부터 북중무역 통계 등의 기초자료를 받아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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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북한과 중국의 접경지역에서 이뤄지는 밀무역과 북한에서 갈수록 확산하는 시장인 '장마당' 등의 경제 행위를 정확히 산출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국내외 전문가들은 한은의 북한 경제성장률 추정치에 종종 의문을 제기해왔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마커스 놀런드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부소장은 2013년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FP)와 인터뷰에서 "북한에 대한 통계에서 소수점이 나오면 믿기 어렵다"며 한은의 북한 경제성장률 통계를 신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북한 경제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평가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한은 추정치는 북한에서 시장화가 진전된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해 북한에서 장마당 등을 통해 서비스 산업이 성장하고 건설업의 높은 부가가치 등을 고려하면 경제가 성장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김화용 한은 국민소득총괄팀 차장은 "통계에 북한 시장의 증가 현상은 반영했고 국내 전문가들의 검증을 거쳤다"며 "기초자료가 많지 않아 북한 통계를 추정하는 데 약점이 있지만 큰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noj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