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지·속인주의 모두 적용…공무원, 해외서 부정청탁 받아도 처벌"
3만9천965개 기관·언론사 등에 적용…고용형태·담당업무 불문
사보는 업무 담당자만 해당…국립병원 입원순서 변경요청도 부정청탁

오는 9월28일 이른바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김영란법이 실생활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국민권익위원회가 22일 김영란법 해설집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해설집은 교수, 변호사 등 전문가의 자문을 거쳐 김영란법 조문별로 의미를 분석한 한편 일부 실제 발생 가능한 상황에 법이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설명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 언론사 단순 노무자도 법 적용…사보(社報)는 관련 종사자만 해당 = 김영란법의 적용 범위와 관련, 권익위는 근로 계약 형태나 업무를 구분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공무원뿐 아니라 공직 유관단체에 근무하고 있는 사람은 계약 형식이나 업무 내용과 무관하게 법 적용 대상이란 뜻이다.

같은 맥락에서 언론사의 경우에도 보도·논평·취재 외에 행정·단순 노무 등의 업무를 하는 경우도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다만 사보를 발행, 언론활동을 부수적으로 하면서 김영란법상 언론사에 해당되게 된 기업의 경우에는 사보 업무에 종사하는 직원만 법이 적용된다고 권익위는 지적했다.

2016년 2월 기준으로 김영란법이 적용되는 헌법기관, 중앙 부처, 공직 유관단체, 각급 학교, 언론사 등은 모두 3만9천965개다.

◇ 외국인도 국내서 청탁·금품 제공하면 과태료 = 김영란법은 속지·속인주의가 다 같이 적용됨에 따라 외국인이 국내에서 법을 위반하면 외국인도 처벌할 수 있다는 게 권익위의 판단이다.

가령 공립초등학교 원어민 기간제 교사가 교장에게 50만원 상당의 양주를 주고 계속 근무할 수 있게 해달라고 청탁할 경우 교장뿐 아니라 이 외국인에게도 과태료가 부과된다고 권익위는 설명했다.

또 속인주의 원칙에 따라 우리나라 공직자 등이 해외에서 외국인으로부터 부정청탁을 받는 행위도 김영란법 적용 대상이다.

◇ 담당자뿐 아니라 결재선상 상사도 직무수행에 포함 = 김영란법은 직무를 수행하는 공직자 등에게 부정청탁을 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권익위는 담당자뿐 아니라 결재선상의 과·국장도 직무수행자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직책에 있는 공직자 등은 직무수행 공직자에 포함되지는 않는다고 권익위는 설명했다.

다만 상급자가 부정청탁을 받고 직무 담당자에게 전달할 경우 이는 '제3자에 의한 부정청탁'으로 과태료 대상이다.

◇ 입원 대기 순서 당겨달라는 것도 부정청탁 = 권익위는 부정청탁의 판단 기준 중 하나인 '정상적 거래 관행'에 대해 "부정청탁이 없었다면 이뤄졌을 통상적 거래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립대학교 병원에 입원 대기 순서를 앞당겨 달라고 원무과장에 부탁해서 다른 사람보다 먼저 입원할 경우에도 부정청탁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부정청탁을 받고 입원 순서를 변경한 국립대 병원 원무과장은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 공익목적이나 공개 요구는 부정청탁 예외 = 공개된 장소에서 피켓 시위를 하거나 언론매체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특정 행위를 요구할 경우 이는 부정청탁의 예외에 해당한다고 권익위는 말했다.

또 공익목적으로 민원을 전달한 경우도 예외사항이다.

가령 택시에 블랙박스 장착을 지원하는 법이 통과된 후 법 시행 이전에 블랙박스를 부착한 택시에 대해서도 지원을 해달라고 택시 운전자가 국회의원을 통해 정부 담당자에게 요구했을 경우 이는 부정청탁에 해당하지 않는다.

◇ 같은 회사에서 여러 명이 한 번씩 부정 청탁해도 신고해야 = 김영란법은 최초로 부정청탁을 받으면 거절하고 동일한 부정청탁을 받을 경우에는 소속기관장에게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여기서 '동일한 부정청탁'은 공직자 기준으로 봐야 한다고 권익위는 설명했다.

누굴 통해서 부정청탁을 했든 같은 내용이면 동일한 부정청탁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 회사에 있는 직원 2명이 각각 같은 내용의 부정청탁을 할 경우에도 신고 의무가 발생한다는 것이 권익위 판단이다.

권익위는 또 동일인으로부터 100만원 초과해 받으면 형사처벌 하게 돼 있는 이런 금품 수수 문제와 관련해서도 출처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예를 들면 한 회사의 직원 3명이 각각 70만원의 양주, 30만원 규모의 상품권, 30만원 상당의 식사를 제공할 경우 이는 100만원을 넘긴 것으로 봐야한다는 게 권익위 설명이다.

이와 함께 김영란법은 매 회계연도를 기준으로 연간 300만원 이상을 초과한 금품을 받을 경우 형사처벌하도록 돼 있는데 회계연도는 각 기관이 사용하는 것이 기준이 된다고 권익위는 설명했다.

공공기관은 '1~12월', 학교는 '3월~그 다음해 2월'이 각각 동일 회계연도에 해당한다는 뜻이다.

◇ 배우자가 복지시설 후원금 받은 것을 모르면 제재대상 안돼 = 김영란법은 공직자 등의 배우자가 공직자 직무와 관련해서 1회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가령 한 지자체장의 부인이 사회복지시설 후원의 밤 행사를 열었고 이 지자체의 공사에 입찰한 사람이 300만원의 후원금을 냈어도 지자체장이 이를 인지하지 못하면 제재대상이 아니라는 게 권익위 판단이다.

그러나 지자체장이 후원금 낸 사실을 알면서도 신고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 선물 한도 이내라도 교사가 성적 관련 촌지받으면 안돼 = 김영란법에서는 직무수행, 사교, 부조 목적 등의 경우 시행령이 정한 한도(식사대접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을 통해 허용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이 범위 안이라도 교사 등이 성적이나 수행평가 등과 관련해 학부모로부터 촌지나 선물을 받은 것은 허용 대상이 아니라고 권익위는 말했다.

같은 의미로 인허가 신청 민원인이나 조사대상자 등으로부터 선물을 받는 것은 금액이 기준 이하라도 김영란법 예외로 인정되지 않는다.

(서울연합뉴스) 강병철 기자 solec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