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급 잇단 불출마에 공천개입 녹취록 파문으로 위기감
"이정현으로 승부" "이주영이 대안" "홍문종 구원투수" 설왕설래

새누리당 주류인 친박(친박근혜)계가 8·9 전당대회의 당 대표 후보 인물난에 허덕이고 있다.

'거물급'인 서청원·최경환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한 가운데 이들 두 의원이 연루된 '공천개입 의혹 녹취록'까지 보도되면서 가뜩이나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 '총선 참패 책임론'에 '친박 패권주의' 반감이 겹치면서 이번 전대가 비박(비박근혜)계 낙승으로 기우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현재 출마를 선언한 당권 주자 6명 가운데 친박계로 분류할 만한 인물은 사실상 3선의 이정현 의원이 유일하다.

인지도가 높은 정치인이고, 새누리당 후보로 최초로 호남 지역구 재선에 성공한 '불굴의 노력'이 높이 평가받는다는 게 강점이다.

친박계이면서도 개혁적인 면모도 갖고 있다.

이 의원은 "새누리당 대표에 호남 출신이 당선되는 것 자체가 정치혁신이고, 새누리당의 대변화로 평가받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친박계의 고민은 과연 이 의원만으로 비박계 주자들을 저지할 동력을 얻을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이 의원이 주류의 핵심부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견해마저 있다.

특히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 시절 '세월호 참사 보도개입 논란'이 아직 말끔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의원 카드에만 기대를 걸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친박계 일각에서 대안으로 거론되는 게 5선(選)의 이주영 의원이다.

서 의원이 장고(長考) 끝에 불출마를 선언한 때부터 '이주영 대안론'은 고개를 들었다.

계파색이 옅은 이 의원이 내년 대선을 앞둔 '관리형 대표'로서 무난하게 당을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을거라는게 대안론의 근거다.

익명을 요구한 친박계 의원은 "당원들을 두루 만나보면 이주영 의원에 대한 호감이 많더라"고 전했다.

여기엔 친박계 당 대표 선출이 불가능하다면 마찬가지로 색채가 짙은 비박계도 부적절하다는 인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친박계 이장우 의원은 22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험한 표현으로 비난에만 앞장서는 건 지도자로서 부족하다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일부 비주류 출마자는 이명박 정부 때 자신의 언행을 돌아봐야 한다"면서 당시 당 사무총장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낸 비박계 5선인 정병국 의원을 조준했다.

최근 각종 의혹 논란에 휩싸인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을 향해 사실상 자진사퇴를 요구했던 정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대통령께 엄청난 부담을 지울 수 있다"며 조속한 결단을 거듭 촉구했다.

다만 친박계 일각에서는 이주영 의원이 지난 3일 출마를 선언하면서 친박계 유력 인사들의 책임론을 직접적으로 거론한 것을 두고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대혁신의 첫 관문은 책임 있는 인사들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데 있다"고 했던 이 의원이 당 대표가 되면 친박계에 칼을 겨눌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이에 따라 친박계의 당권 주자로 4선의 홍문종 의원이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출마 의사를 굳힌 것으로 알려진 홍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모임 행사에 참석, "오늘 사실 선거운동하러 가야 하는데, 여기 오면 표가 많다고 해서 왔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홍 의원의 경우 수도권 출신인 데다 조직 동원력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진 게 강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지난 2014년 전대에 출마했던 홍 의원은 비박계의 집중 견제에 최고위원에도 당선되지 못하고 고배를 마셨던 '아픈 기억'이 있다.

한 친박계 재선 의원은 "'녹취록 스캔들'의 장본인인 김성회 전 의원이 홍 의원과 가까운 사이라는 점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류미나 현혜란 기자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