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변서 서쪽 45㎞ 장군대산 지하의 방현 항공기공장에 위치
"핵단지 건설전 연구개발용 가능성…지금도 운영된다는 정보 없어"


북한의 영변 핵단지 근처에서 그동안 공개되지 않은 옛 우라늄 농축시설로 의심되는 장소가 발견됐다고 미국의 정책연구기관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가 21일(현지시간) 밝혔다.

ISIS는 이 시설이 지금도 계속 농축시설로 운영되고 있음을 입증할 정보는 없다면서도, 영변 이외에 북한이 우라늄 농축시설을 운영한다면 이곳이 유력한 장소라는 미국 정부 내부 전문가의 의견이 있다고 전했다.

ISIS가 '구글어스'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와 외부 전문가들의 자문을 바탕으로 작성해 이날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이 시설은 영변 핵단지가 있는 평안북도 영변에서 서쪽으로 약 45㎞ 떨어진 장군대산 지하에 자리잡고 있고, 200∼300개의 원심분리기가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장군대산은 평안북도 구성시 방현비행장에서 남동쪽에 있으며, 초기 우라늄 농축시설로 추정되는 곳은 북한의 무인기 생산공장으로 알려진 방현 항공기공장 자리에 위치해 있다.

방현 항공기공장도 장군대산 지하에 자리잡고 있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 사이에 주로 쓰인 것으로 보이는 이 시설은 북한이 본격적으로 영변에 우라늄 농축을 위한 핵단지를 건설하기 전에 연구개발용으로 쓰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ISIS는 장군대산 지하의 방현 비행기공장이 1960년대에는 구소련에서 공급된 '미그'전투기 부품을 만드는 곳이었지만, 항공기와 마찬가지로 원심분리기에도 고강도 금속판이 쓰이고 관련 설비가 대부분 갖춰져 있었을 수 있으며 은폐가 쉽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이곳에서 원심분리 설비를 갖추기 시작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에서 ISIS는 장군대산 지하의 시설에서 북한이 개별 원심분리기 작동이나 소수의 원심분리기 연동 시험을 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ISIS는 북한이 파키스탄의 '핵개발 요람'인 칸 연구소로부터 상당한 수준의 원심분리기 관련 기술을 전수받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군사협력 계획에 따라 칸 연구소에서 '노동' 탄도미사일의 주요 기술을 파키스탄 측에 전수하던 북한 미사일 기술진들이 파키스탄으로부터 원심분리기 기술을 얻었을 것이라는 게 ISIS의 분석이다.

북한은 2010년 11월 미국의 원자력 전문가인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를 영변으로 초청한 다음 원심분리기 2천 개가량을 갖춘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했지만, 당시 북한은 영변 이외의 장소에 농축 시설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북한이 영변 이외의 지역에서도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를 운영했거나 하고 있다는 주장은 일부 외국 언론이나 탈북자들의 주장 등을 통해 꾸준히 제기돼 왔다.

ISIS는 북한이 군사시설인 지하 전투기 공장에 농축시설을 들여놓음으로써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워싱턴연합뉴스) 김세진 특파원 smi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