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도마뱀 꼬리자르듯 안 자르면 레임덕 가속화"
김재원 "문제 될만한 사실 드러난 게 없어"


황교안 국무총리가 정치권과 소통 강화 차원에서 20대 국회 개원 후 처음으로 야당 지도부와 식사를 했으나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관련 의혹이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문제 등 현안에 대한 입장차만 확인했다.

황 총리는 2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박지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민의당 원내지도부와 2시간10분간 만찬을 했다.

이 자리에 국민의당에서는 박 원내대표 외에 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 이용호 장정숙 최경환 이동섭 이용주 김광수 신용현 윤영일 의원 등이 참석했다.

또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 이석준 국무조정실장, 심오택 총리비서실장 등도 자리했다.

황 총리는 인사말을 통해 "지난 총선에서 당선을 축하하고 오신 것 환영한다"면서 "대내외적으로 나라가 어렵다.

정부도 경제 살리고 민생안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회의 도움과 지도가 필요하다.

과거보다 소통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

많은 지도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고 국민의당이 전했다.

박 원내대표는 "오늘 이 자리에 와야 하는지 이견도 많았다"면서 "4·13 총선, 5·13 청와대 회동에도 불구, 소통과 협치를 위한 가시적인 노력이 하나도 없고, 사드 배치, 우병우, 나향욱, 홍기택, 진경준 등 총체적인 레임덕에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매우 거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 박 대통령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발언은 대단히 유감"이라면서 "사드 반대를 주장하는 성주와 국민을 불순세력으로, 우 수석 사퇴 주장을 대통령 흔들기로 말씀을 하시는 상황 인식으로는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권력은 측근이 원수이고 재벌은 핏줄이 원수라는 말이 있다.

레임덕은 권력 내부 측근과 공직사회에서부터 나옵니다.

대통령께서 우병우 수석을 경질하고 눈과 귀를 가리는 주변 참모를 과감하게 정리하는 용기를 보여야 공직사회의 기강이 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프더라도 도마뱀이 꼬리를 자르듯 잘라내지 않으면 레임덕 가속화된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김재원 수석에게도 우병우 수석 사퇴 필요성을 강조하자 김 수석은 "문제가 될만한 사실관계가 드러난 것 없다"면서 "아직 의혹만 제기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박 원내대표는 "억울한 측면이 있더라도 정리해야 한다"면서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말했다.

그는 또 황 총리에게 "이제 총리만이라도 직언을 해야 남은 임기를 성공할 수 있다"면서 "총리께서는 지금이 비상조치를 해야 하는 비상시국임을 인식하시고 총리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한 국회 동의안 제출 ▲ 국무총리의 우병우 수석 해임 건의 및 검찰 개혁 주도 ▲ 추경에 누리과정 예산 편성 ▲ 세월호 특별법 개정 등을 촉구했으며 추경 국회 심사·통과시 협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는 이런 내용을 비롯해 7가지 요구사항이 담긴 서면 자료를 황 총리에게 전달했다.

황 총리는 만찬에서 박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 주로 들으면서 "잘 알겠다", "열심히 하겠다"는 원칙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연합뉴스) 강병철 임형섭 박수윤 기자 solec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