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 중의 갑’인 국회의원도 각종 인사 청탁에 몸살을 앓고 있다. 취업시즌엔 해당 지역구 지인이나 후원자들이, 공공기관 인사시즌엔 고향 선후배 출신 공무원들이 찾아오거나 연락해 청탁하는 경우가 많다. 한 중진 의원은 “지역구민의 인사청탁이 수십 건 쌓여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3선 의원의 한 보좌관은 “의원과 같은 고등학교 선후배 중 공직자인 분들이 인사시즌인 봄과 가을께 ‘인사차 들렀다’며 갑자기 찾아와 관련 상임위원회 정책들을 얘기한다”며 “의원이 대충 인사청탁임을 직감하고 ‘직급이 뭐냐, 승진은 언제 하느냐’고 슬그머니 물어보면 ‘승진이 안돼 죽겠다’는 식으로 넌지시 얘기하더라”고 털어놨다.

이 보좌관은 “인사청탁 문제에 더 강경할 것 같은 경찰 공무원들이 오히려 자신의 표창 여부와 이력, 성과까지 노골적으로 어필해 와 의원이 곤혹스러워했다”고 전했다.

새누리당 5선 의원의 비서관은 21일 “지역구에 공기업이나 산업단지가 있을 경우 지역 유지를 중심으로 지역사무실을 통한 인사청탁 민원이 많다”고 말했다.

소속 상임위를 이용한 인사청탁도 적지 않다. 새누리당 소속 한 재선 의원은 “한 지역 유지가 소속 상임위의 피감기관에 딸을 취업시켜 달라고 해서 해당 기관장에게 슬쩍 얘기한 적이 있다”며 “지역에서 영향력 있는 사람이 부탁해 오면 모른 척할 수도 없어 곤란할 때가 많다”고 했다.

은정진/박종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