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민심이반이 결정적 패인" 당권주자들 표심공략 심혈
선거 패배한 원외 위원장들 전략적 판단이 변수될 듯


새누리당 8·9 전당대회의 당권 향배를 가를 핵심 키워드는 '수도권'이다.

수도권을 잡지 않고는 무너진 당의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없고 나아가 정권 재창출도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당내에 팽배하다.

수도권의 민심 이반이 4·13 총선의 결정적 패인이 됐다는 판단에 따른 '반사효과'다.

당장 전대 출마자들의 출신 지역부터 수도권 쏠림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이 같은 기류를 보여준다.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6명 가운데 3명이 수도권에 지역구를 두고 있다.

정병국 의원은 경기 가평군과 양평군, 한선교 의원은 경기 용인시, 김용태 의원은 서울 양천구다.

"출마할 확률이 51%"라는 홍문종 의원의 지역구도 경기 의정부시다.

최고위원 도전 의사를 밝힌 5명 중에선 함진규 의원이 경기 시흥시, 이은재 의원이 서울 강남구다.

새누리당 의원들의 지역구 112곳 가운데 수도권이 37곳(약 33%)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수도권 출신 전대 주자의 비율은 높은 셈이다.

비(非) 수도권 주자들도 수도권을 승부처로 여겨 이 지역을 공략하는 데 진력하고 있다.

최고위원에 출마한 대구·경북(TK) 출신의 강석호 의원은 21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수도권 원외 당협위원장을 중심으로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역시 최고위원에 도전한 충청 출신의 이장우 의원도 "수도권, 특히 서울의 원외 인사들이 집중 공략 대상"이라고 말했다.

전대 주자들이 수도권에 심혈을 기울이는 까닭은 새누리당의 총선 성적표에서 수도권이 역대 최악인 것과 무관치 않다.

새누리당은 서울 49개 선거구 중 12개, 경기 60개 중 19개, 인천 13개 중 6개(복당 2곳 포함)만 건졌다.

'정치 1번지' 종로를 비롯해 '불패 신화'를 자랑하던 '강남 3구' 중 2곳을 내줬으며, 격전지인 '용·수(용인·수원) 벨트'에서도 수원 5개 선거구는 전패했다.

정병국 의원은 "오는 27일 종로 당협을 방문해 오세훈 당협위원장 등 당원들의 의견을 들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표심은 최근 불거진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인사들의 '공천 개입' 논란과 맞물려 이번 전대의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비박(비박근혜)계 주자들은 수도권에서 낙천·낙선한 당협에 '친박 혐오감'이 팽배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비박계 주자는 "친박 강성 의원들을 표로 심판하겠다는 수도권 원외 인사들이 적지 않다"며 "친박이 당권을 잡으면 당이 망한다는 분위기가 수도권의 정서"라고 전했다.

그러나 공천 개입 녹취록 파문으로 수세에 몰린 친박계가 오히려 수도권에서 표 결집 효과를 노릴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 친박계 주자는 "'비박 대세론'에 올라타 덮어놓고 친박을 때리는 데 대한 거부감이 감지된다"며 "침묵하는 다수가 있다는 걸 잊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