禹, 기자간담회 자청하며 의혹 부인하고 사퇴론 일축
구체적 비리 의혹 및 여론 동향 변수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20일 야당 등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사퇴론을 일축하며 배수진을 쳤다.

청와대 민정수석이 언론을 직접 만나 본인 문제를 해명한 것은 현 정부 출범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우 수석은 이날 청와대에서 기자간담회를 자청, "정무적으로 책임지라고 했는데 그럴 생각이 없다.

모두 내가 모르는 사람과 관련해 제기된 의혹이고, 이런 문제를 갖고 그때마다 공직자가 관둬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검찰 출석 의사까지 밝혔다.

우 수석의 이 같은 입장은 자신의 결백함을 주장하는 한편, 민정수석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하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끝까지 의혹을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청와대도 일단 우 수석 해명을 믿자는 기류다.

전날 청와대가 "일방적인 정치공세나 국정 흔들기는 자제돼야 한다", "근거 없이 의혹을 부풀리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메시지를 내놓은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결과다.

특히 청와대는 현 시점에서 우 수석이 의혹을 전면 부인하는 상황이고, 범법 행위가 입증되지 않은 만큼 이 문제로 사퇴를 종용할 수는 없다는 기류가 강하다.

한 참모는 "지금은 우 수석 개인이 대처하는 것"이라며 "본인이 강하게 반론을 제기하고, 그 반론에 타당성이 있으니 지켜보면서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우 수석 관련 의혹이 처음으로 제기된 지난 18일부터 사흘간 정치현안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지만,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확인되지 않은 의혹에 대해선 정공법으로 대처하는 스타일"이라며 "의혹이 구체적으로 입증된게 없는데 사퇴하는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 내부에서도 의혹이 어디까지 번질지 예측하기 어려워 곤혹스러워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한 관계자는 "우 수석에 관해 확인되지 않은 의혹들이 마구 번지고 있어 무슨 인사청문회를 하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다른 관계자는 "우 수석 본인이 일단 아니라며 완강히 부인하는 만큼 이 문제로 사퇴까지 언급되는 분위기는 아니다"면서도 "다만 여론의 동향에 따라 어디까지 사태가 뻗어 갈지 몰라 우려된다"고 전했다.

여기에 야권이 우 수석에 대한 공세를 그치지 않을 태세이고, 사퇴론 압박도 더욱 거세질 전망이어서 이번 사태가 국정운영의 부담으로 자리 잡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연일 우 수석 사퇴를 촉구하면서 대통령 사과와 전면 개각까지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참모진 사이에선 "비서는 대통령을 보좌하는 자리인데 국정운영에 부담이 간다면 걱정스러운 일"이라는 염려도 나왔다.

특히 우 수석이 언론사 2곳을 고소함에 따라 검찰 수사가 시작될 예정이어서 현직 청와대 민정수석이 개인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점도 걱정거리다.

따라서 우 수석이 결백 여부와 관계없이 일단 옷을 벗고 자연인으로서 민·형사 법적 대응 절차를 밟는 게 청와대에 부담을 덜 주는 길이라는 지적이 여권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 번 신임한 인사를 끝까지 믿는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나, 청와대가 우 수석에 대한 공세가 대통령을 겨냥한 '국정 흔들기'로 판단한다는 점에서 구체적인 비리 근거가 나오기 전에는 우 수석을 계속 안고 갈 것이라는 시각이 좀 더 우세하다.

이런 관점에서 개각 문제도 야당의 '전면 개각' 주장에 떠밀려 국면전환용으로 하기보다는 더욱 신중하게 조치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서울연합뉴스) 정윤섭 강건택 기자 firstcirc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