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리엇 레이더 전자파 40m 앞서 허용치 2.8% 불과…軍, 언론에 첫 공개
ADD 전문가 "2종류 레이더 전자파, 인체 보호기준에 3~5% 수준 매우 낮아"

"전달! 전달! 전달! 현 시간 부로 빔 방사 시작!"
레이더 통제소의 경고방송과 함께 탄도탄 조기경보 레이더 '그린파인'이 빔 방사를 시작했다.

레이더 전자파를 재는 광대역 전자파 측정기의 수치가 빠르게 움직였다.

국방부는 14일 오후 연합뉴스를 비롯한 국내 언론사 취재진을 인솔해 공군이 운용하는 충청 지역 그린파인 레이더 기지를 방문했다.

그린파인 레이더가 안전기준에 맞게 운용되고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둘러싼 우려를 조금이라도 불식하려는 시도다.

우리 군이 언론에 그린파인 레이더를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군이 사드배치에 관한 우려를 가라앉히는 데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얘기다.

지난 2012년 2대가 실전 배치된 그린파인 레이더는 탐지거리가 500~700㎞로 북한의 탄도탄을 탐지 추적하는 기능을 한다.

이 레이더는 이지스함에 배치된 레이더인 SPY-1D보다 탐지거리는 짧지만 출력이 높아 탐지 범위는 훨씬 넓은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진이 해발 400여m의 산 정상에 오르자 가로 12m, 세로 4m 직사각형의 거대한 그린파인 레이더가 북쪽을 지향한 모습을 드러냈다.

그린파인 레이더는 적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조기에 포착하는 조기경보용 레이더를 말한다.

적 미사일을 하강 단계에서 탐지·추적하는 사드의 사격통제용 레이더와는 구별된다.

조기경보용인 그린파인 레이더는 탐지거리도 길어 북한 전역이 탐지망에 들어온다.

그린파인 레이더는 지난 2월 7일 북한이 쏜 장거리 미사일도 발사 직후 포착했다.

탐지거리가 긴 만큼, 그린파인 레이더는 전자파 출력도 사드의 사격통제용 레이더보다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인원 출입이 통제되는 안전거리도 530m로, 사드(100m)보다 훨씬 길다.

그린파인 레이더의 전자파 측정은 레이더 바로 앞 30m 지점에서 이뤄졌다.

레이더 전방이 내리막이어서 높이는 레이더보다 6m 낮은 곳이었다.

그린파인 레이더의 빔은 사드와 비슷하게 지상과 5도 이상의 각으로 방사된다.

그린파인 레이더가 빔을 방사한 6분 동안 전력 밀도의 최고치는 0.2658W/㎡였다.

같은 시간 전력 밀도의 평균치는 0.0810W/㎡으로 측정됐다.

그린파인 레이더 전자파의 주파수 대역은 2㎓보다 낮아 국내 전파법상 인체 노출 허용 기준이 6W/㎡다.

레이더 앞 30m 지점에서 측정한 전자파 세기의 최고치가 허용치의 4.4%에 그친 셈이다.

같은 장소에서 레이더 빔이 방사되기 전 전력 밀도의 최고치는 0.0029W/㎡였고 평균치는 0.0002W/㎡였다.

취재진은 내리막길을 계속 걸으며 그린파인 레이더에서 100m, 150m 떨어진 곳에서도 전자파 세기를 측정했다.

레이더에서 100m 떨어진 지점에서 전력 밀도의 평균치는 0.0630W/㎡였고 150m 떨어진 곳에서는 0.0026W/㎡로 측정됐다.

취재진을 안내한 군 관계자는 "이곳에 그린파인 레이더가 배치된 것은 2012년 말"이라며 "운용 기간 지역 주민뿐 아니라 부대 소속 장병들도 인체 이상 증세를 보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레이더 전자파에 가장 많이 노출된 사람은 레이더 정비사일 것"이라며 "정비사도 아직 전자파로 인한 이상 증세를 보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린파인 레이더가 배치된 산 정상 북쪽으로는 산과 논밭이 펼쳐져 있고 아파트 단지를 포함한 주거 지역은 동쪽으로 1㎞ 이상 떨어져 있었다.

사드가 배치될 성주 지역도 전방에는 주로 산이 있고 인구 밀집 지역인 성주읍은 1.5㎞ 떨어진 곳에 있다.

취재진은 이날 오전에는 국방부의 안내로 수도권에 있는 공군 패트리엇(PAC-2) 기지를 방문해 전자파 세기를 측정했다.

패트리엇 기지의 사격통제용 레이더는 사드 레이더와 같이 전자파 주파수 대역이 2㎓보다 높아 인체 노출 허용 기준이 10W/㎡다.

패트리엇 레이더의 전자파 세기는 그린파인 레이더보다는 약하고 사드 레이더와 비교하면 비슷하거나 조금 약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원 출입이 통제되는 안전거리는 120m로, 사드 레이더보다 길다.

취재진이 패트리엇 레이더 바로 앞 40m 지점에서 측정한 전력 밀도의 최고치와 평균치는 각각 0.2826W/㎡, 0.0735W/㎡였다.

전자파 세기의 최고치가 허용 기준의 2.8% 수준에 그친 것이다.

이곳은 평탄한 지대였고 패트리엇 레이더의 방사각이 아래쪽은 지상과 거의 수평이기 때문에 레이더가 3∼4m 높이의 받침대 위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취재진 머리 바로 위로 전자파가 방사되는 상황이었다.

패트리엇 레이더는 해발 300여m의 산 정상에서 북쪽을 지향하고 있었고 산 아래로는 높은 건물이 즐비한 도심이 펼쳐져 있었다.

레이더 바로 앞의 전자파 수준이 허용 기준의 3%에도 못 미치는 만큼, 산 아래 인구 밀집 지역에는 전자파 피해가 없다는 게 군 당국의 설명이다.

우리 군이 레이더를 그만큼 안전하게 운용하고 있다는 말이기도 했다.

이범석 국방과학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국내에서 운용 중인 2종류의 레이더에 대한 인원통제구역 내 전자파 강도 측정 결과는 인체 보호기준에 3~5% 수준으로 매우 낮게 측정됐다"면서 "일반인 거주지역은 레이더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고, 고도 차이가 많이 있어서 전자파 강도는 인체 보호기준보다 현저히 낮은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군 관계자도 "사드가 배치될 경북 성주의 경우 레이더가 설치될 장소에서는 전방에 민가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주거 지역과는 멀다"며 "전자파로 인한 인체 악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군이 사드배치를 둘러싼 우려를 해소하고자 이례적으로 그린파인 레이더 기지와 패트리엇 미사일 기지를 언론에 공개했지만, 오랜 기간 형성된 우려가 하루아침에 가라앉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오는 17일에는 국내 언론사 취재진을 인솔해 미군이 사드 포대를 운용 중인 괌을 방문한다.

괌에는 국내에 배치될 사드와 종류가 같은 사격통제용 레이더가 있다.

미군이 괌의 사드 레이더를 언론에 공개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군 관계자는 "사드에 관한 각종 우려가 순식간에 해소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며 "성주 주민을 포함한 전 국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전달해 우려를 조금씩 해소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충청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ljglor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