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엔 "사드배치, 한심한 일"→정부 결정후엔 "종합적 위기관리방안 제시돼야"
중간층도 염두…"안보가 무엇보다 중요, 한미동맹 굳건히 한 건 득"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13일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 결정과 관련,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지난 8일 정부 결정 후 5일 만이다.

문 전 대표는 이번 결정의 문제점을 '본말전도', '일방결정', '졸속처리'로 규정,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 실패와 이에 따른 국론분열을 질타하며 재검토와 공론화를 요청했다.

내용상으로 '반대'라는 점에서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온 '김종인 지도부'의 스탠스와는 확연히 결이 다른 것이다.

그러나 지난 2월만 해도 "이것이 외교전략이고 대북정책인지 도대체 한심한 일"이라고 원색 비난했던 문 전 대표는 이날은 비판과 반대에 머무르는 대신 '국가지도자로서 책임 있는 모습'을 부각하는 데 주력했다는 평이 당 안팎에서 나왔다.

'초당적 접근'을 강조, 이념 갈등으로 흐르는 것을 차단하면서 북핵 해결, 동북아 안보·평화라는 큰 틀에서의 해법 모색에 방점을 두면서다.

전통적 지지층에 대한 분명한 시그널을 보내며 결집에 나서는 동시에 중간층 끌어안기도 염두에 둔 포석이 엿보인다.

한 달간의 네팔·부탄 방문을 마치고 지난 9일 귀국한 문 전 대표로선 돌아오자마자 '사드 싸움'의 한복판에 뛰어드는 상황이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야권 내 대권 주자로서 마냥 침묵할 수 없다는 안팎의 요구를 외면할 수만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문 전 대표는 당초 11일쯤 입장을 내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12일 의원간담회를 앞두고 자칫 가이드라인을 주는 것으로 비칠 소지 등을 고려해 시기를 조정했으며, 발언 수위를 놓고도 고심을 거듭했다는 후문이다.

'반대'라는 표현 대신 '재검토'라는 표현을 쓴 것도 김종인 대표와의 정면충돌을 피하기 위한 고민의 결과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와 관련, 문 전 대표측은 "입장문 발표를 최대한 자제하려 했으나 야권의 지도자로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판단이 있었다"며 "더는 이 문제로 국론이 분열돼선 안 되겠다는 위기감 속에서 누군가는 책임 있는 해법을 제시하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문 전 대표는 "분단 상황에 있는 우리에게 안보는 무엇보다 중요하고 안보에 관한 정부 결정은 가급적 존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안보 우선주의'를 강조하는 것으로 글을 시작, 안보 불안증에 대한 우려 털어내기를 시도했다.

'득보다 실이 많다'고는 했지만, "한미동맹을 굳건하게 하면서 북핵 대응능력을 강화하는 득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또한 '국익'을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제시, 북핵 해법 마련 등 종합적 위기관리 방안을 정부에 주문하면서 더민주를 향해서도 "초당파적 위기관리 방안을 마련한 뒤 그 속에서 대안제시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 전 대표는 미국과 중국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냈다.

미국에 대해 "현 정부내 완료목표로 밀어붙이기식 사드배치 추진을 지양하고, 북핵 문제 해결-6자회담 재가동-한미동맹 강화라는 큰 틀에서 사드배치를 다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중국의 반발 등에 따른 국제적 대북제재 공조 붕괴와 경제 타격을 우려하면서도 중국을 향해서도 "한국 정부의 결정에 불만이 있다고 해서 임기가 1년 반 남은 현 정부 때문에 경제적 대응이나 반한(反韓) 분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대처를 취한다면 양국의 장기적 이익에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신중한 대처'를 당부했다.

문 전 대표 측은 "사드냐 아니냐는 하위의 범주일 뿐이며 북핵 해결, 동북아 평화라는 큰 틀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차원으로, 국가전략 차원의 논의 틀로 넓고 길게 가져가야 한다는 제언"이라며 "한반도와 동북아 문제에서 우리의 이니셔티브를 찾아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겨있다"고 말했다.

한 핵심인사는 "단순한 찬반으로 흐르기 보다는 한미동맹과 동북아 평화라는 충돌지점 사이에서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회 동의절차를 주장하면서 소파 협정(주한미군 주둔군지위협정) 개정까지 거론, 노선갈등으로 이어질 소지가 없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hanks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