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관계 관리는 하되 북중 우호 부각에는 부담"

중국이 '북·중 우호협조 및 상호원조조약'(약칭 북·중 조약) 체결 55주년을 맞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간 축전을 교환하고도, 이를 드러내놓고 공개하는 북한과 달리 꿀 먹은 벙어리처럼 '침묵 모드'로 일관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북한이 11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두 지도자의 축전 교환 사실을 주요 뉴스로 보도하면서 그 내용까지 구체적으로 소개한 것과는 달리 12일 되어서도 중국 관영 언론 매체들도 이를 전혀 보도하지 않고 있다.

중국의 루캉(陸慷) 외교부 대변인이 11일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중·조 쌍방은 이미 상호축전(발송) 방식으로 (조약체결 55주년을) 기념했다"고 대답은 했다.

그런데도 중국 내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검색해 봐도, 그와 관련된 중국어 기사는 북한 조선중앙통신의 중국어판 보도를 그대로 전제한 것 외에는 찾을 수 없다.

북중 우호조약과 관련해 양국 최고 지도자 간 축전교환에 대해 중국 관영매체들이 이처럼 '냉정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전에는 북중 양국이 최고지도자 간 교류 동정에 대해서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적극적으로 보도해왔던 것과는 분위기가 확연하게 다르다.

그러나 중국의 이런 침묵 모드에도 함의가 작지는 않아 보인다.

앞서 지난 5월 북한 노동당 제7차 대회 개최 때에도 중국은 시진핑 명의로 축전을 보내고 관영 신화통신이 김정은에 대한 '동지' 호칭은 언급하지 않은 채 축전 발송 사실을 공개했다는 점에서, 중국의 이런 침묵 모드는 나름대로 모종의 메시지를 전하려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북중 간에 이처럼 삐걱대는 관계는 올해 들어 북한의 제4차 핵실험 이외에 수차례 미사일 발사와 연관이 있으며, 지난 8일 한국과 미국 양국이 발표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 결정과도 관련이 있다는 관측이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에 따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는 처지이면서도 '혈맹'으로까지 언급됐던 양국의 '공산당 대 노동당 관계'를 외면할 수 없기 때문에 36년만에 열리는 북한의 제7차 당 대회를 외면할 수 없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최고지도자 축전을 보내면서도, 김정은을 동지로 호칭한 사실은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이전의 김일성·김정일과는 같은 반열로 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북중 우호조약 55주년에서도 중국이 시진핑-김정은 명의로 축전교환을 한 데는 해당 조약을 일정 수준으로 '인정'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은 특히 한반도에의 사드 배치가 자국도 겨냥한다는 인식을 하고,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 미국이 일부 국가들과 함께 '중국 포위'를 한다는 여기고 있어 전략적인 차원에서 북한에 대한 필요성을 다시 느끼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적어도 중국은 북한을 '관리'할 필요를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잇단 도발행위에 대해 국제사회와 함께 유엔 안보리 제재에 동참한 중국으로선 떠들썩하게 북·중 우호조약 재확인할 경우 '역풍'에 직면할 수 있어 침묵 모드로 일관한다는 지적도 있다.

중국 외교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해 "북·중이 핵 문제 등에 대해 의견이 같지는 않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히(朝日)신문도 12일 북한이 북·중 조약체결 55주년 기념행사를 중국에서도 개최하자고 요청한 데 대해 중국이 응하지 않았다고 보도하면서 핵 개발과 미사일 발사 등을 계속하는 북한에 대한 짜증 때문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홍제성 특파원 js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