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의원 집중 질타에 여당도 일부 가세…장관직 사퇴 촉구도
윤병세 "눈에 안 띄고 편한 시점이 마침 그날 오전…필요 조치는 다 해"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11일 정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한반도 배치 발표 당시 쇼핑을 하고 있었던 것과 관련, "발표가 난 시점에 잠깐이라도 그런 장소에 갔다는 것이 오해를 살 소지가 있다는 것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유감의 뜻을 밝혔다.

윤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이 문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할 의사가 없느냐는 더불어민주당 이석현 의원의 질의에 "공인의 행동이라는 것을 굉장히 민감하게 잘해야 한다는 것을 이번에 다시 한 번 깨닫는 좋은 계기로 삼겠다"며 이같이 답했다.

윤 장관은 사드배치 결정 사실이 발표된 지난 8일 오전 강남의 한 백화점에서 양복을 수선·구입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윤 장관은 "여러 일정상 평일과 주말이 어렵고 이번 주는 국회 일정이 있고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Summit)에도 참석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눈에 안 띄고 편하게 그런 걸 할 수 있는 시점이 마침 그날 오전이었다"라고 변명했다.

그는 또 "공무원이 된 이후에는 링거 주사를 맞을 때도 조심스럽게 눈에 안 보이게 간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사드 배치 발표 당시 준비 상황과 관련해 "이미 발표를 염두에 두고 수없이 많은 외교부 차원의 대책이 잘 정리돼 있고 준비돼 있었다"며 "발표 문안이나 시점을 알고 있었고 발표 이후에 제가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시간 계획이 다 나와 있다"고 밝혔다.

또 중국이 사드배치 발표 직후 주중 한국 대사를 즉각 초치한 것과 관련해서도 "언제 불렀는지 시간도 다 알고 필요한 조치가 다 나가 있고 이미 사전에 이런 문제와 관련해서 해당 공관장에게 정부 방침을 알려 준 상태"라고 윤 장관은 말했다.

그러냐 윤 장관의 이런 해명에도 야당 의원들은 물론 일부 여당 의원도 윤 장관의 처신이 부적절했다며 질책에 가세했다.

더민주 설훈 의원은 "한가롭게 백화점에 드나들었다"며 윤 장관을 책망하며 장관직 사퇴를 요구했다.

같은 당 강창일 의원도 "윤 장관이 속으론 사드배치에 반대하는데 대놓고 말하지 못해 '데몬스트레이션(시위)'하는 것이 아니냐"고 꼬집으며 역시 사퇴를 촉구했다.

새누리당 김도읍 의원도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발표 시각 전후로 자리를 못 지킨 것에 대해 국민은 실제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홍지인 기자 ljungber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