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극복할 수 있는 희망의 전기가 필요한 시기"
'규모 있는 특사' 與 촉구하고 있어 사면 폭 관심


박근혜 대통령이 2년 연속 8·15 광복절 특별사면 카드를 꺼내 그 범위와 대상에 관심이 모아진다.

박 대통령은 1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광복 71주년을 맞이해서 국민들의 역량을 모으고, 재기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사면을 실시하고자 한다"고 공식 천명했다.

이는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지난 8일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의원단의 오찬에서 "국민 통합 분위기를 진작하기 위해 분야별로 '규모 있는' 특사 조치를 해주시면 좋겠다"고 제안한 지 사흘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이다.

한 참모는 "새누리당의 건의를 수용하신 것"이라면서 "대통령께서 어려운 안보·경제위기 상황을 맞아 국민대통합과 단합의 차원에서 사면을 추진한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지금 우리 경제가 대내외적으로 어려움이 많고 국민의 삶의 무게가 무겁다.

국민 모두가 힘을 모아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희망의 전기가 필요한 시기"라며 위기 극복을 위한 국민통합의 차원에서 사면을 결정했다는 점을 시사했다.

청와대 안팎에선 일단 올해 사면도 예년과 비슷하게 민생에 초점을 맞춰 서민과 영세업자, 중소기업인 등 생계형 사범을 위주로 단행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집권 후 두 차례 사면권을 행사한 박 대통령은 2014년 1월 설 명절 특사에서는 비리 정치인과 기업인을 완전히 배제했고, 작년 광복 70주년 특사에서는 주요 경제인 14명만 사면 대상에 포함했다.

14명 중 재벌 총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1명에 불과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대기업 지배주주와 경영자의 중대 범죄에 대한 사면권 행사 제한'을 대선공약으로 제시하고 이후에도 계속 사면에 대한 엄격한 원칙과 기준을 강조해왔다는 점에서 사회지도층 인사들을 무더기로 포함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올해는 사면 결정의 주요 배경으로 '경제적 위기'를 거론한 만큼 주요 경제인들이 대거 사면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와 산업계 구조조정 등 대내외 위기가 겹친 상황에서 기업인을 대거 사면해 고용 창출에 기여하고 위기 대응에 앞장서도록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이날 참모진에 사면 준비를 지시하면서 "희망의 전기가 필요한 시기"라고 언급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사면론에 불을 붙인 정 원내대표가 '규모 있는' 특사를 제안했다는 점도 이런 시나리오를 뒷받침한다.

이에 따라 사면·복권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는 기업인으로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현재 수감 중인 이재현 CJ그룹 회장,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정치인 사면도 관심이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대통령 사면권을 엄격히 행사해왔고 특히 정치인에 대해선 예외없이 엄정한 기준을 적용했다.

따라서 이번 광복절 특사에도 이같은 원칙이 계속해서 적용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20대 국회 출범 이후 통합의 정치를 강조해온 만큼 요건이 된다면 야당 쪽 인사가 사면 명단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firstcirc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