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 후보지 공교롭게도 새누리 현역 의원 지역구라 '난감'
정부 정책 뒷받침과 지역주민 이해 사이서 딜레마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 이후 부지 선정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정치권 내 지역 간 갈등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미 당국은 군사적 효용성을 극대화할 수 있고 주민의 안전과 환경에 영향이 없는 곳에 사드를 배치한다는 원칙 아래 단수의 후보지를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그동안 거론되온 여러 후보지의 강한 반대 여론에 발표 시점을 숙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사드 포대에 배치될 레이더가 내뿜는 전자파가 인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일부 후보지에서는 대규모 반대 집회까지 열리는 양상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사드 부지 선정 문제가 최근까지 영남권 분열을 극한으로 내몰았던 신공항 문제의 후속탄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또 '핌비'(PIMBY·경제효과가 있는 사업을 유치하려는 지역이기주의) 현상의 전형이었던 신공항 사례와 달리 사드 부지 문제는 그 반대인 님비(NIMBY·혐오시설을 꺼리는 지역이기주의)의 행태를 보이고 있는 만큼 자칫 더큰 지역 갈등을 불러올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특히 공교롭게도 지난 영남권 신공항 상황과 마찬가지로 유력 후보지로 거론되는 지역 대다수가 새누리당 지역구여서 의원들의 속앓이가 극심하다.

국익을 위해서라면 정부 정책을 최우선적으로 뒷받침해야 하는 집권여당과 지역 주민을 대변해야 하는 지역구 의원으로서의 책무 사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현재 사드 배치 지역 후보군으로는 경기 평택과 오산, 충북 음성, 경북 칠곡, 강원도 원주, 전북 군산 등이 거론된다.

이완영(경북 고령·성주·칠곡) 의원은 11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사실상 (TK) 신공항 건설이 무산되면서 지역민들이 마음의 상처가 큰데 설상가상으로 사드를 거론하니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여론이 팽배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난 8일 청와대 오찬에서 박근혜 대통령께 따로 호소도 드려봤지만, 별다른 답변을 하시지는 않았다"며 "말 그대로 사면초가의 심정"이라고 덧붙였다.

경대수(충북 증평·진천·음성) 의원 또한 국회 국방위원회의 여당 간사로서 그동안 사드 배치를 찬성해온 입장이어서 더욱 난감한 처지가 됐다.

이밖에 해당 지역 의원들은 '레이더 설치에 적합한 지형이 아니다'거나 '인구밀집지역이라 불가하다' 등 저마다의 이유를 쏟아내며 "우리는 선정 가능성이 작다"고 주장하면서도 국방부를 비롯한 정부 연락망을 '풀가동'하며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서울연합뉴스) 류미나 기자 minary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