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첨예한 논란…올해 초 北 핵실험·장거리미사일 발사로 급물살

한미 양국이 8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주한미군 배치 결정을 공식적으로 발표함에 따라 양국의 사드 배치 협의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됐다.

사드 배치의 구체적인 시기와 장소로 의제가 좁혀진 것이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최근 올해 안으로 사드 배치 협의가 마무리될 것이라고 밝힌 만큼, 양국 협의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한미 양국이 사드 배치 결정을 공식화한 것은 커티스 스캐퍼로티 전 한미연합사령관이 사드의 한반도 배치 필요성을 처음 거론한 지 2년 1개월 만이다.

스캐퍼로티 전 사령관은 2014년 6월 3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국국방연구원(KIDA) 조찬 강연에서 "북한의 위협이 계속 진화하는 만큼, 대한민국 방어를 좀더 성공적으로 하기 위한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며 사드의 한반도 배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 때부터 사드는 국내에서 첨예한 논란 거리로 떠올랐다.

국방부는 스캐퍼로티 전 사령관의 발언 직후 사드 배치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며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논란은 국가간 갈등으로 비화했다.

2015년 2월 4일 창완취안(常萬全) 중국 국방부장이 한국을 방문해 한민구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사드의 한반도 배치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공식적으로 표명한 것이다.

중국은 사드의 한반도 배치 움직임에 대해 매우 예민하게 반응했다.

같은 해 3월 16일에는 류젠차오(劉建超)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급)가 한국을 찾아 "(사드 문제에 관한) 중국 측의 관심과 우려를 중요시해주면 감사하겠다"고 말해 내정간섭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같은 해 5월 31일에는 쑨젠궈(孫建國) 중국군 부총참모장이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한민구 장관에게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대한 우려를 거듭 표명했다.

논란이 확산하는 양상을 보이자 우리 정부는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관한 요청도, 협의도, 결정도 없다는 '3No'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국방부는 우리 군이 패트리엇 미사일과 장거리 지대공미사일(L-SAM)로 하층방어체계를 구축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며 상층방어체계인 사드를 배치할 계획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논란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았다.

특히, 미국 주요 인사들은 간헐적으로 사드의 한반도 배치 필요성을 거론해 논란에 불을 지폈다.

존 케리 미 국무부 장관은 작년 5월 18일 한국 방문을 계기로 서울 용산 주한미군기지를 찾아 북한의 위협을 거론하고 "이것이 우리가 사드에 관해 말하는 이유"라고 언급해 미묘한 파장을 낳았다.

전환점은 북한이 만들었다.

올해 1월 6일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우려가 어느 때보다 커지자 박근혜 대통령은 같은 달 13일 신년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등을 감안해가면서 우리의 안보와 국익에 따라서 검토해나갈 것"이라며 사드 배치 협의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스캐퍼로티 당시 한미연합사령관은 지난 2월 2일 한민구 장관에게 사드 배치 협의를 공식적으로 요청했고 같은 달 7일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당일 한미 양국은 전격적으로 사드 배치 협의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미사일 하층방어체계 구축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에서 벗어나 사드를 배치하면 다층적인 미사일 방어망을 구축해 요격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며 사드 배치론에 힘을 보탰다.

중국은 이번에도 강하게 반발했다.

추궈훙(邱國洪) 주한 중국대사는 2월 23일 "양국관계를 오늘처럼 발전시키는 데 많은 노력이 있었지만 이런 노력은 순식간에 한가지 문제(사드) 때문에 파괴될 수 있다"고 경고해 파문을 일으켰다.

그러나 한미 양국은 지난 3월 4일 사드 배치 협의를 위한 공동실무단을 출범시켰고 4개월이 뒤인 이날 사드 배치 결정을 공식화했다.

국방부는 "한미 양국은 사드 체계가 조속히 배치될 수 있도록 긴밀히 협력 중"이라며 "세부 운용절차를 발전시켜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ljglor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