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통해서 도발 사이클 깨야"…中외교부장과 공동기자회견
남중국해 영유권 중재판결에 "사무총장으로서 코멘트할 수 없다"
인권변호사·독립적 언론 등 거론하며 中정치체제 우회 비판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7일 "나는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언제든, 무엇이 됐든, 긴장 완화와 남북 간 대화 재개를 위해" 항상 공헌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중국을 공식방문 중인 반 총장은 이날 오후 베이징(北京)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방북 계획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대답했다.

이는 임기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반 총장이 여전히 방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반 총장은 작년 5월 방한 때 개성공단을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북측이 돌연 방북허가를 철회하는 바람에 방북이 무산됐다.

지난해 말에는 평양 방문을 위해 북측과 물밑 교섭을 벌였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북한의 연초 4차 핵실험 등으로 여건이 악화한 상황이다.

반 총장은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도 한반도 문제를 주요하게 거론했다.

그는 "무엇보다 나는 왕 부장과 함께 (아시아) 지역, 세계의 아주 큰 우려로 남아있는 한반도 상황에 대해 (많이) 논의했다"며 "나는 계속해서 대화하는 것이 도발 사이클을 깨트리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여긴다"고 말했다.

또 "북핵실험 이후 유엔 안보리가 대북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여기에 동참한 중국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는 "중국은 유엔 상임이사국으로서 한반도 평화 안전을 수호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특히 북한이 최근들어 핵실험을 하고 지속적으로 탄도미사일 시험발사하는 상황에서 그랬다"고 평가했다.

이어 "유엔과 유엔 사무총장인 저는 한반도의 긴장고조 상황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며 "모든 안보리 제재안은 반드시 전면적으로 이행돼야 하고, 국제사회가 일치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을 향해 도발을 중단하라고 촉구하는 한편 관련 국가들이 비핵화 대화 재개를 위해 노력해야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서는 원론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반 총장은 모두발언에서 "우리는 (중국-유엔 회담에서) 남중국해 관련 긴장 상황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며 "사무총장으로서 나는 조만간 판결이 나올 것으로 보이는 (남중국해) 중재사건에 대해 논평(comment)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헤이그의 상설중재재판소(PCA)는 이달 12일 필리핀이 제기한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관한 판결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반 총장이 모두발언에서 남중국해 중재판결에 대한 논평거부 입장을 밝힌 데 대해 중국 측 입장을 고려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반 총장은 또 시민사회, 환경보호 활동가, 인권변호사, 정부감시기구, 독립적 언론, 정치적 자유 등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우회적으로 중국의 비민주적인 정치, 사회제도를 꼬집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양측 회담이 예정보다 길어지면서 50분가량 늦게 시작됐다.

왕 부장은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 "반 총장은 저에게 대화를 통해서 평화적인 방식으로 해결해야한다고 말했다"며 "이것은 바로 중국정부가 한결같이 견지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화를 거부하고 일방적으로 중재(소송)을 밀어붙이는 것이 법치정신을 위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왕 부장은 반 총장이 파리 기후변화 협약, '2030 지속가능개발목표' 등을 위해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바쳤다"며 "자격있고 우수한 사무총장"이라고 평가했다.

반 총장의 이번 방중은 유엔 사무총장 자격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을 차례로 방문하는 일정에 따른 것이다.

그는 2008년 5월 쓰촨(四川)성 대지진 진앙지였던 원촨(汶川) 지역을 방문한 것을 시작으로 상하이 엑스포(2010년), 중-아프리카 협력포럼(2012년), 청소년올림픽(2014년),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열병식 참석(2015년) 등 사무총장 임기 동안 중국을 10번 방문했다.

반 총장은 오는 10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방중 기간 중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리커창(李克强) 총리 등과 회담하고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채택 1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 등에도 참석한다.

(베이징연합뉴스) 이준삼 특파원 jslee@yna.co.kr